당국-업계 평행선 속 '차등적 지분 제한' 부상…민주당 TF 중재안 가닥
"인프라 기관 규정은 명분 부족"…입법 진통 불가피
[블록미디어 오수환 기자] 금융당국이 디지털자산 기본법에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규정을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가운데, 국회는 업계와 당국의 요구를 함께 반영할 절충안 마련에 나섰다. 조율을 주도하는 더불어민주당 태스크포스(TF)는 그 방안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으나, 업계 안팎에서는 거래소 거래량에 따른 차등 적용 방식이 유력한 대안 중 하나로 거론된다.
차등 규제가 적용될 경우 거래소의 규모나 지배구조에 따라 영향은 상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차등안이 도입되더라도 상당수 거래소는 일정 수준의 지분 매각이 불가피할 가능성이 커, 디지털자산 기본법 입법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거래소 지분 제한, 규모별 차등 규제 부상
1일 블록미디어가 입수한 통합안 자문위원 검토 의견서에 따르면 일부 자문위원들은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에 대해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의견서에서 한 자문위원은 “금융위원회가 TF의 거듭된 요청에도 정부안을 제출하지 않다가, 뒤늦게 거래소 지분 제한 이슈를 제기했다”며 “해당 방안에 대해 업계 다수가 우려를 표명했음에도 당국이 이를 강행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산업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으면 실효성 있는 제도가 나오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업계의 우려에도 금융당국이 거래소 지분 제한에 대한 입장을 굽히지 않자 디지털자산 TF는 양측의 의견을 절충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모습이다. 이정문 민주당 의원은 지난 24일 TF 자문위원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부·여당이 별도로 법안을 발의하는 것은 모양새가 바람직하지 않다”며 “업계와 금융당국, 국회의 의견을 종합해 하나의 타협안, 즉 단일안을 당 정책위 차원에서 마련할지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당인 민주당으로서는 정부와 금융당국과 거래소 지분 제한 문제를 두고 계속 평행선을 달리기 어려운 만큼, 양측이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의 조율안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TF는 아직 공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안도걸 민주당 의원은 “아직 내부 의사결정 절차가 남아 있고, 기존 입장에서 일부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며 “현 단계에서 내용을 공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조율안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업계 안팎에서는 거래소 규모에 따른 ‘차등적 지분 제한’ 방안이 설득력 있게 거론되고 있다. 시장 영향력이 큰 대형 거래소에는 엄격한 지분 한도를 적용하고, 중소형 거래소에는 상대적으로 완화된 기준을 두는 방식이다.
현재 당국이 대주주 지분을 15~20% 수준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만큼, 차등 규제가 도입될 경우 대형 거래소 대주주들의 대대적인 지분 정리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분규제 차등 적용 땐 거래소별 희비 갈릴까
차등 규제가 도입될 경우 대형 거래소는 엄격한 지분 한도를, 중소형 거래소는 완화된 기준을 적용받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 경우 거래량과 시장 영향력이 큰 거래소일수록 지분 정리 압박이 커질 수 있다.
빗썸의 경우 법 제정에 따른 예기치 못한 ‘지분 정리’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 빗썸은 대기업집단 지정 이후에도 ‘빗썸홀딩스-DAA-비덴트’로 이어지는 수직 계열화된 지배 사슬을 통해 70%를 상회하는 압도적 지배력을 유지해 온 만큼, 규제 도입 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빗썸 운영사인 빗썸코리아의 지분 73.56%를 보유한 빗썸홀딩스는 DAA(약 34.2%)와 비덴트(약 34.2%)가 양대 주주로 축을 이루고 있다. 이 중 DAA는 이정훈 전 의장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개인회사로 알려져 있다.
업계에서는 DAA와 우호 지분을 합산한 이 전 의장 측의 실질 지배력이 빗썸홀딩스 기준 50% 이상, 거래소 전체 기준으로는 70%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만약 당국의 대주주 지분 한도 제한 방안이 현실화될 경우, 이 전 의장 측은 최소 30~35%포인트에 달하는 지분을 처분해야 하는 초유의 상황에 놓이게 되는 셈이다.
반면 업비트의 경우 오는 6월 네이버파이낸셜과의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지분 구조가 상당 부분 재편될 예정이어서, 규제 도입에 따른 실질적 영향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해당 딜은 네이버파이낸셜이 신주를 발행해 두나무 주주들의 지분과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양사의 기업가치(네이버파이낸셜 대비 두나무 약 1:3.06)를 고려해 산정된 주식 교환비는 1:2.54다.
주식교환이 완료되면 네이버파이낸셜의 지분 구조는 대대적인 변화를 맞게 된다. 산정된 교환비를 기존 주주 지분에 일괄 적용할 경우, 네이버의 지분율은 기존 70%에서 약 17%로 크게 희석된다. 아울러 송치형 회장은 25.5%에서 19.5%로, 김형년 부회장은 13.1%에서 10.0%로 각각 조정된다. 결과적으로 당국이 검토 중인 ‘대주주 지분 15~20% 제한‘ 요건을 사실상 충족하게 되는 셈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완화된 기준을 적용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코빗 인수를 추진 중인 미래에셋이나 고팍스의 최대주주인 바이낸스의 경우, 현재의 30~70% 수준에 달하는 지분을 유지하며 전략적 투자와 경영 참여를 지속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하게 된다. 급격한 지분 매각에 따른 경영권 흔들림 없이 중장기적인 사업 확장을 이어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정책 일관성 훼손” 업계·전문가 거센 반발…입법 과정 험로 예고
이처럼 규모별 차등 규제가 도입되더라도 거래소마다 희비가 엇갈리는 만큼 업계에서는 해당 방안이 산업 생태계 전반에 과도한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입법 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디지털자산 업계 한 관계자는 “차등 규제가 적용되더라도 창업자가 상당 지분을 보유한 국내 거래소 특성상 대대적인 지분 매각은 피할 수 없다”며 “현재 물밑에서 진행 중인 각종 인수합병(M&A) 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지난해부터 법안 발의가 거듭 지연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복잡한 이해관계를 모두 충족할 조율안 마련은 쉽지 않아 보인다”며 “설령 발의가 이뤄지더라도 실제 입법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당국의 갑작스러운 규제 도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효봉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디지털자산 거래소는 그동안 금융 인프라 기관으로 간주되거나 규율된 전례가 없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인프라 기관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지분 제한을 강제하는 것은 금융당국 정책의 신뢰성과 일관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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