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지승환 기자] “디지털 금융은 단순히 기술을 도입하는 문제가 아니라, 금융 인프라 자체가 재설계되는 구조적 전환이다. 인공지능(AI)은 분석 도구를 넘어 자율적 경제 주체(AI 에이전트)로 진화하고 있으며, 자산의 온체인화와 시장의 24시간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지자체는 규제 완화에만 매몰될 것이 아니라, 혁신이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과 공공 수요를 설계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임병화 성균관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26일 더불어민주당 채현일 의원실과 블록미디어가 공동 주최한 ‘지역 경제의 미래, 디지털 혁신 기업 허브 도시에서 찾다’ 세미나에서 ‘디지털 혁신 기업 유치를 통한 지자체의 기회와 도전’을 주제로 이같이 밝혔다.
임 교수는 현재 금융 산업이 ‘기관 중심’에서 ‘인프라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금융 AI는 이제 거대언어모델(LLM)을 통해 투자 의사결정을 자동화하는 자율 주체로 변모하고 있다”며 “AI가 경제 주체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블록체인 기반 인프라와의 결합이 필수적이며, 이것이 글로벌 금융 인프라가 재편되는 핵심 원동력”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블랙록(Blackrock) 등 글로벌 자산운용사의 금융 온체인화 선언과 나스닥(Nasdaq)의 24시간 거래 추진 사례를 인용하며, 전통 금융이 블록체인 인프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임 교수는 글로벌 디지털 혁신 도시 모델을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해 제시했다.
그에 따르면 첫째, 스위스 추크는 블록체인 재단과 표준 거버넌스가 집적된 프로토콜 및 기술 중심형 모델의 대표적인 사례다. 둘째, 중국 상하이는 국가 주도로 대규모 실증 단지와 인프라 투자를 단행하는 산업화 및 플랫폼 중심형 모델을 추구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싱가포르와 런던은 기존 금융기관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결제 및 증권 구조를 변화시키고 실증 파일럿을 제도화로 연결하는 금융 인프라 재설계형 모델을 보여준다.
임 교수는 기술이 단순히 도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도시가 세운 명확한 전략이 기술의 발전 방향을 결정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성공한 혁신 도시들은 모두 자신들의 강점에 기반한 명확한 ‘선택’을 했다”며 “기술이 도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도시의 전략이 기술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임 교수는 서울 영등포가 추구해야 할 방향으로 ‘금융 인프라 재설계형 모델’을 제안했다. 영등포는 은행·증권·보험 등 금융 인프라가 밀집해 있고 규제 해석의 중심지라는 강력한 기회를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다.
그는 지자체의 역할을 단순히 기업을 모으는 ‘지원을 주는 주체’에서 벗어나 △중개자(금융과 기술의 매칭) △앵커 테넌트(공간 제공) △정주 여건 설계자 △공공 수요 창출자(첫 번째 고객)로 재정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자체가 보조금을 주는 방식보다 결제·청산·행정 자동화에 AI와 블록체인을 직접 적용해 기술의 ‘첫 고객’이 되어주는 것이 가장 강력한 유인책”이라며 “영등포 파일럿 존을 작게 시작해 규제 해석의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 실질적인 실행 전략”이라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임 교수는 “지자체는 규제 완화자가 아니라 혁신이 작동하는 환경을 설계하는 주체”라며 “무엇을 유치하고 무엇을 유치하지 않을지, 그리고 얼마나 안정적으로 제도를 운영할지를 결정하는 것이 디지털 금융 혁신 도시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역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