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심영재 특파원] 멕시코시티는 북미 공급망 지도가 다시 그려지는 현장이다. ‘니어쇼어링’의 바람이 중국을 지나 멕시코로 꽂히면서, 제조업과 자본의 동선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미국의 통상정책이 한마디 흔들릴 때마다 멕시코 페소와 주식, 자본 흐름이 동시에 출렁이는 이유다. 이런 멕시코를 배경으로 글로벌 금융과 핀테크 업계가 한자리에 모였다.
‘머니 엑스포 멕시코 2026(Money Expo Mexico 2026)’가 지난 18~19일(현지시각) 멕시코시티 센트로 바나멕스(Centro Banamex)에서 열렸다. 올해로 4년째 행사를 주최한 에이치큐메나(HQMENA, HUAN QIAO Event Management L.L.C.)는 6000명 이상의 투자자와 업계 전문가가 참석해 부의 미래와 금융 혁신의 방향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에이치큐메나는 두바이에 본사를 둔 핀테크 관련 이벤트 전문회사로 멕시코를 비롯 홍콩, 콜롬비아, 두바이 등에서 박람회를 주최하고 있다.
이번 행사에는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에 기반을 둔 70여 개 금융·핀테크·트레이딩 기업이 부스를 설치했다. 전시장 안에서는 투자 전략 세션과 1대1 미팅이 이어졌고, 실시간 데모 시연과 네트워킹 이벤트가 동시에 진행됐다. 한쪽에서는 외환 플랫폼이 자동매매 알고리즘을 시연했고, 다른 쪽에서는 크립토 및 파생상품 서비스를 홍보하는 발표가 이어졌다. 단순 홍보의 장이라기보다는, 멕시코를 둘러싼 거시 환경 변화 속에서 금융 산업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자리였다.
“멕시코, 중국 제치고 북미 공급망 핵심 부상”
18일 포럼의 중심 화두는 멕시코의 전략적 가치였다. 이날 키노트 연사로 나선 호수에 멜레로(Josue Melero) MH 마켓츠 애널리스트는 “멕시코는 더 이상 주변 시장이 아니라 글로벌 자본시장의 핵심 변수”라고 말했다.
그는 멕시코 경제가 미국·캐나다와 깊게 얽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중국과의 디커플링이 가시화된 이후 멕시코가 미국의 최대 수입국으로 올라섰고, 이 흐름이 북미 제조업과 금융시장에 동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멜레로가 특히 짚은 키워드는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였다. 그는 “시장은 정책을 발표 이후가 아니라 발표 이전에 선반영한다”며 “관세, 무역 협정 변화 가능성만으로도 환율과 주식시장 변동성이 먼저 커질 수 있다”고 했다.
2026년이 USMCA가 다시 중심 의제로 떠오르는 해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덧붙였다. 멕시코를 ‘생산기지’로만 보는 시선에서 벗어나, 통상정책·정치 일정·외국인 투자 흐름을 한 덩어리로 읽어야 한다고 했다.
AI 트레이딩의 명암… “도구일 뿐, 책임은 인간의 몫”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트레이딩 자동화에 대한 토론도 이어졌다. 해당 토론에서는 로드리고 마르티네스(Rodrigo Martinez) 밴티지(Vantage) 지역본부장, 에릭 데스콤베스(Eric Descombes) FCBNewlink 최고경영자(CEO) 등 5명의 패널이 이야기를 나눴다.
토론에서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자동 매매가 주식과 크립토, 예측시장까지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나, 기술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뢰보다 투자자의 주체적인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토론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AI가 도구일 뿐, 투자 결과에 대한 책임까지 대신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최신 AI 시스템이 실시간 학습을 통해 효율을 높여주지만, 결국 인간의 설계 의도와 질문 방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패널들은 AI가 실시간 학습으로 효율을 높일 수는 있어도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지 못하며, 결국 설계와 질문 방식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고 말했다. 자동화에 ‘책임’까지 맡길 수는 없다는 것이다.
특히 패널들이 경계한 대목은 ‘쏠림’이다. 많은 참여자가 유사한 데이터와 알고리즘으로 같은 방향을 바라보면, 작은 충격에도 변동성이 비정상적으로 커지는 시스템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다. 기술이 시장을 더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기대와, 기술이 시장을 더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제기된 셈이다.
AI가 수익을 보장한다는 식의 과장 마케팅을 경계해야 한다는 메시지도 반복됐다. 패널들은 “AI가 수익을 보장한다는 과장 광고를 주의해야 하며, 기술 이해도가 장기적인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조언했다.
“라틴아메리카의 심장”… 핀테크 ‘확장기’와 ‘전환기’ 맞은 멕시코
이번 행사에서 가장 상징적인 메시지는 패널 토론 이후 진행된 로드리고 마르티네스(Rodrigo Martinez) 밴티지(Vantage) 지역본부장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나왔다. 그는 멕시코를 “라틴아메리카의 심장”이라고 표현했다.
마르티네스 본부장은 블록미디어와의 인터뷰에서 “라틴아메리카, 특히 멕시코의 핀테크 산업은 지금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며 “확장기와 전환기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확장기’는 외형 성장이다. 핀테크가 더 이상 특정 투자자층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는 “핀테크는 여전히 비교적 새로운 산업이지만, 접근 가능한 대중의 폭이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며 “현지 은행과 트레이딩 회사, 다양한 산업군의 기업들이 공격적인 마케팅과 기술 인프라를 결합해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멕시코 시장은 단순히 스타트업 중심의 실험 단계가 아니라, 전통 금융과 신생 플랫폼이 경쟁적으로 고객 기반을 확장하는 구조로 넘어가고 있다는 진단이다.
동시에 그는 외환(FX) 시장을 ‘전환기’로 규정했다. “과거에는 수동 매매와 전통적 기술적 분석이 중심이었지만, 이제는 봇(bot)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자동화 전략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도구 변화가 아니라, 트레이딩 의사결정 구조 자체가 재편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밴티지는 이번 머니 엑스포 멕시코 2026의 최대 후원사다. 호주, 두바이, 런던 등에 거점을 둔 글로벌 트레이딩 기업으로, 멕시코에는 대표사무소 형태로 진출해 있다. 마르티네스 본부장은 “멕시코는 라틴아메리카 전략의 중심지”라며 “현지 고객 접점을 확대하고 지역 트레이딩 생태계와 함께 성장하기 위해 이번 행사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플랫폼 경쟁은 결국 신뢰 경쟁”이라며 “다중상품 거래 지원, 빠른 시장 연결, 자금 입출금의 안정성은 기본이고, 숙련된 인력을 통한 고객 지원과 맞춤형 서비스가 장기적인 차별화 요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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