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문예윤 기자] 5개월 연속 하락을 이어온 디지털자산(가상자산) 시장이 거시 환경 완화라는 변수를 맞아 바닥 형성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 다만 온체인 수급 구조는 여전히 엇갈린 신호를 보내고 있어 추세 전환을 단정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샌티멘트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2025년 10월 12만6000달러의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이후 매달 1만~1만5000달러(약 1448만~2100만원)씩 점진적으로 하락해왔다. 급격한 패닉 매도나 대규모 항복 없이 이어진 ‘느린 하락’은 투자자 피로감을 키웠다. 통상 강한 반등은 극단적 공포와 대량 청산 이후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이번 조정은 아직 완전한 항복 국면을 거치지 않았다는 평가다.
대법원이 틔운 숨통, 다시 조이는 트럼프
약세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디지털자산 규제 체계 마련을 목표로 하는 ‘클래리티 법안(Clarity Act)’과 관련해 진전이 있었다. 그동안 이자 보상 구조를 둘러싼 이견으로 논의가 지연돼 왔으나 상당 부분 조율이 이뤄지면서 법안 통과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는 평가다. 또 미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조치에 제동을 걸면서 구조적 거시 압박은 일부 완화됐다. 샌티멘트는 이를 “2025년 4월 이후 위험자산을 짓눌러온 부담이 완화된 사건”으로 해석했다. 단기 반응은 제한적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위험자산 전반에 보다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글로벌 관세’를 기존 10%에서 15%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대체 수단을 동원해 고강도 관세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만큼 정책 리스크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개미는 줍고 고래는 던졌다⋯‘추세 전환’은 아직
문제는 수급 구조다. 거시 부담이 일부 완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자금 흐름이 뚜렷하게 개선되지 않으면서 회복 흐름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샌티멘트에 따르면 수급 측면에서는 여전히 뚜렷한 온도 차가 나타난다. 0.01 BTC 미만을 보유한 개인 투자자들은 최근 조정 국면에서 적극적으로 저가 매수에 나서고 있다. 반면 10~1만 BTC를 보유한 대형 지갑은 최근 5주 동안 전체 공급량의 약 0.5%를 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통상 강한 상승장은 대형 투자자 이른바 ‘스마트머니’의 매집을 동반한다는 점에서 현재 구조를 이상적인 바닥 신호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네트워크 지표도 아직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않는다. 거래량과 활성 주소 수, 신규 지갑 생성 등 주요 활용 지표가 전반적으로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5000 BTC가 단기간에 거래소로 이동한 점 역시 잠재적 매도 압력으로 해석된다.
가격 구조를 보면 시장은 명확한 범위 안에 갇혀 있다. 글래스노드에 따르면 활동 중인 공급의 평균 취득 단가를 의미하는 ‘트루 마켓 평균’은 약 7만9000달러에 위치해 있다. 이는 현재 강한 저항선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전체 유통 코인의 평균 매입 단가인 실현 가격은 약 5만4900달러로, 역사적으로 깊은 약세장에서 장기적 지지선 역할을 해왔다. 이에 따라 비트코인은 7만9000달러와 5만4900달러 사이에서 중기 박스권 흐름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공포 완화 속 ‘반등’ 신호를 찾아서
다만 추가 급락 가능성은 점차 제한되고 있다는 신호도 있다. 30일과 365일 MVRV(시장가치 대비 실현가치) 비율이 모두 깊은 음수 구간에 위치해 있다. 이는 현재 가격이 평균 매입 단가보다 낮아 투자자 다수가 손실 상태에 있음을 의미한다. 과거 사례를 보면 MVRV가 음수 구간에 진입한 시점은 중장기적으로 가격 매력이 높아졌던 구간과 겹친 경우가 많았다. 샌티먼트는 “수학적으로 추가 급락 여력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파생시장에서도 공포 완화 조짐이 나타난다. 1개월 만기 ATM 내재변동성은 급락 당시 80% 수준에서 현재 약 47%로 낮아졌다. 내재변동성은 옵션 시장에서 예상하는 향후 가격 변동 폭을 의미하는데, 수치가 낮아졌다는 것은 급격한 가격 급변에 대한 우려가 완화됐음을 뜻한다.
글래스노드에 따르면 25델타 스큐 역시 20%에서 11% 수준으로 낮아졌다. 이는 하락에 대비하는 풋옵션 수요가 줄어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투자자들의 극단적인 붕괴 우려가 완화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시장이 강제 청산이 이어지던 패닉 국면에서 벗어나 비교적 통제된 횡보 구간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시장 심리도 과열과는 거리가 있다. 한때 15만~20만달러(약 2억~3억원)를 전망하던 초강세 서사는 눈에 띄게 줄었고, ‘람보’와 같은 과도한 낙관적 밈도 감소했다. 현물 ETF 시장에서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모두 순유출이 이어지고 있으며 거래량도 연중 최저 수준에 근접했다. 다만 이는 군중 기대가 낮아진 구간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역발상 신호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샌티멘트는 현재 시장을 확신의 단계가 아닌 ‘전환 가능성 탐색 구간’으로 규정했다. 급락 위험은 다소 완화됐지만 본격적인 추세 전환을 위해서는 고래 매집 전환과 현물 수요 회복, 네트워크 활동 개선 등 추가 신호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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