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명정선 기자] 영국계 글로벌 은행 스탠다드차타드가 주요 가상자산 전반에 대한 전망을 하향 조정한 가운데 XRP의 2026년 말 목표가를 기존 8달러에서 2.80달러로 65% 낮췄다. 최근 한 달간 이어진 암호화폐 시장 전반의 급락과 수급 둔화를 반영한 조치다.
17일(현지시각) 제프리 켄드릭 스탠다드차타드 디지털자산 리서치 총괄은 투자자 노트에서 “최근 디지털자산 가격 흐름은 매우 도전적이었다”며 “단기적으로 추가 하락을 예상하며 자산군 전반의 전망치를 낮춘다”고 밝혔다.
조정된 전망에 따르면 스탠다드차타드는 XRP가 2026년 말 2.80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 12월 제시했던 8달러 목표가에서 대폭 후퇴한 수준이다. 당시에는 XRP의 규제 명확성 개선과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진전 가능성이 주요 상승 동력으로 제시된 바 있다.
XRP는 최근 일주일간 약 2% 반등하며 현재 1.47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그러나 은행 측은 올해 중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평가했다. 단기 반등에도 불구하고 수급 여건이 빠르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판단이다.
실제 온체인 지표에서는 공급 부담 신호가 감지된다. 크립토퀀트에 따르면 바이낸스로 유입된 XRP 고래 이체 물량의 30일 이동평균은 약 8210만개로 지난해 12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현 시세 1.47달러를 적용하면 약 1억2070만달러 규모의 잠재 매도 가능 물량이 거래소에 대기 중인 셈이다. 거래소 유입 물량은 즉각적인 매도로 이어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수요가 약화된 구간에서는 상단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수요 측면에서도 ETF 자금 흐름이 둔화됐다. 소소밸류 집계에 따르면 최근 4주간 4개 XRP 현물 ETF에서 4600만달러 이상의 순유출이 발생했다. 앞서 35거래일 연속 순유입으로 10억달러 이상을 끌어모았던 초기 국면과 대비된다. ETF가 꾸준한 매수 기반으로 작동하던 시기와 달리 최근에는 유입·유출이 혼조를 보이면서 공급 흡수력이 약해졌다는 평가다.
파생시장에서도 방어적 포지셔닝이 강화되고 있다. 코인글래스 기준 XRP 펀딩비는 최근 수주간 음수로 전환됐으며 -0.02%를 웃도는 구간이 반복됐다. 이는 하락에 베팅한 숏 포지션이 상대적으로 우위를 보이고 있음을 시사한다. 숏 포지션이 과밀화될 경우 반등 시 숏커버링에 따른 급등 가능성도 존재하지만 현 시점에서는 현물 수요 둔화와 맞물려 하방 압력이 우세한 구도로 해석된다.
이 같은 가격 약세는 XRP 레저(XRPL)의 기능 개선과는 대조적이다. 이달 초에는 규제 친화적 참여를 지원하는 ‘퍼미션드 도메인’이 가동됐고 토큰 에스크로 기능도 확장됐다. 기관 참여를 염두에 둔 인프라 개선이라는 평가지만 해당 기능이 단기간에 XRP 자체 수요로 직결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스탠다드차타드는 XRP뿐 아니라 주요 코인 전반의 목표가도 일제히 낮췄다. 비트코인(BTC)은 15만달러에서 10만달러로, 이더리움(ETH)은 7000달러에서 4000달러로, 솔라나(SOL)는 250달러에서 135달러로 각각 조정됐다. 시장 전반의 회복 지연이 반영된 결과다.
시장에서는 향후 4주에서 12주 사이 거래소 유입 물량이 둔화되고 ETF 자금이 재유입될 수 있을지가 XRP의 단기 방향성을 좌우할 변수로 보고 있다. 공급 부담이 완화되지 않을 경우 1달러 초중반대에서 추가 조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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