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5년간 연 8000억유로 유로본드 발행 검토
총 4조유로 규모로 녹색기술·AI·국방 투자 구상
러시아, 달러 결제 시스템 복귀 가능성 외신 보도
[블록미디어 김제이 기자] 유럽연합(EU)이 대규모 유로본드 발행을 골자로 한 이른바 ‘드라기 플랜’ 재가동에 속도를 내고 있다. 향후 5년간 연 8000억유로 규모의 공동채를 발행해 녹색기술과 인공지능, 국방 등에 투자하겠다는 구상이다.
EU는 17일(현지시각) 벨기에 알덴비젠 성에서 열린 준비 정상회의를 계기로 공동부채 확대 논의를 본격화했다. 정상들은 유럽 산업 경쟁력 회복을 핵심 의제로 올리고 재정 동원 방안을 집중 점검했다.
EU 지도부는 역내 경제의 경쟁력 약화를 최대 과제로 진단했다. 미국과 중국이 기술과 산업 경쟁에서 앞서가는 상황에서 재정 동원을 통해 격차를 좁혀야 한다는 판단이다.
드라기 플랜은 2024년 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 총재가 제시한 ‘유럽 경쟁력 강화 보고서’에 기반한다. 핵심은 미국과 중국에 뒤처진 기술·산업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 EU 차원의 대규모 공동 재정을 투입하자는 것이다. 녹색 전환, 인공지능, 디지털 인프라, 방위 산업을 전략 산업으로 규정하고 공동채 발행을 통해 장기 자금을 조달하는 구조다. 사실상 재정통합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구상으로 평가된다.
드라기 전 총재의 청사진에 따르면 5년간 매년 8000억유로(약 1370조원)를 유로본드로 조달한다. 이는 EU 국내총생산(GDP)의 약 5%에 해당하는 규모다. 단순 계산으로 회원국 총부채가 약 25%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EU는 코로나19 당시 7500억유로 규모의 넥스트제너레이션EU 채권을 발행한 바 있다. 당시 유럽중앙은행이 상당 물량을 흡수했다. 시장의 자발적 수요가 충분한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독일의 경우 공동채가 본격화하면 재정건전성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일부 분석은 2030년께 독일의 국가채무비율이 110%를 넘을 가능성도 거론한다. 다만 이는 전제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블룸버그는 러시아가 달러 기반 결제 시스템 복귀를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에너지와 원자재 협력, 달러 표시 금융상품의 러시아 금융권 통합 등이 논의 대상에 포함됐다.
로이터도 워싱턴과 모스크바 간 관련 접촉 채널이 존재한다고 전했다. 제재 이후 달러 결제망에서 배제됐던 러시아가 복귀할 경우 EU의 대러 전략과 에너지 정책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EU는 인도, 메르코수르 등과의 전략적 협력도 모색 중이다. 미국, 중국, 러시아 간 공조가 강화될 경우 브뤼셀의 입지는 상대적으로 좁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