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명정선 기자] 리플의 개발 부문 리플X가 지난주 XRP 레저(XRPL) 메인넷에 ‘토큰 에스크로(Token Escrow·XLS-85)’ 기능을 적용했다. 기존 XRP에만 제한됐던 에스크로 기능을 신뢰선 기반 토큰(IOU)과 다목적 토큰(MPT)으로 확장한 것이 핵심이다. 스테이블코인과 토큰화 자산까지 조건부로 묶고 해제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XRPL이 결제 특화 체인에서 제도권 정산 인프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업그레이드는 시장 환경 변화와 맞물려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현재 가상자산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제도권과 접점을 넓히는 분야다. 크립토슬레이트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 총 유통량은 약 3080억달러(446조7000억원) 수준으로 주간 기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토큰화 실물자산(RWA)도 확대 추세다. RWA.xyz 기준 퍼블릭 체인 상 토큰화 미 국채 규모는 약 100억달러(10 billion달러)로 집계된다. 사모신용과 원자재 등을 포함하면 수십억달러 규모 자산이 블록체인 위에서 유통되고 있다.
XRPL이 겨냥하는 지점도 이 대목이다. 전통 금융에서 조건부 결제는 중개기관과 계약, 복잡한 운영 절차를 통해 처리된다. 반면 온체인 에스크로는 사전에 설정된 조건이 충족될 때만 자산을 이동시키는 구조다. 인도대금동시결제(DvP), 시간 기반 분배, 장외거래(OTC) 정산, 담보 및 마진 관리 등 기관 업무에 필요한 절차를 원장 차원에서 구현할 수 있다.
주목할 점은 적용 범위다. XRPL에서 스테이블코인과 토큰화 채권 등은 네이티브 코인이 아닌 ‘발행 자산’으로 취급된다. 이번 개정으로 이들 자산도 에스크로 대상에 포함됐지만 자동 적용은 아니다. 신뢰선 토큰은 발행자가 ‘Allow Trust Line Locking’ 플래그를 활성화해야 하고 MPT 역시 ‘Can Escrow’ 설정이 필요하다. 규제 환경에 놓인 발행자에게 통제 권한을 남겨두는 구조다. 동시에 채택 여부가 발행자 판단에 달려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XRPL의 준비금 모델은 또 다른 변수다. 메인넷 기준 계정은 기본 1 XRP를 보유해야 하며 계정이 보유한 원장 객체마다 0.2 XRP의 추가 준비금이 필요하다. 2024년 12월 해당 요건이 인하되면서 자원 집약적 애플리케이션 구축 부담은 완화됐다.
토큰 에스크로는 객체 기반 기능이다. 에스크로가 생성될 때마다 원장 객체가 하나씩 늘어난다. 예를 들어 에스크로 객체가 10만개 증가하면 2만 XRP(100,000 × 0.2)가 추가 준비금으로 묶인다. 100만개면 20만 XRP, 1000만개면 200만 XRP가 필요하다. 이는 가격 전망이 아니라 구조적 연결 고리를 보여주는 수치다. 거래 수수료가 아니라 운영상 필수 준비금 형태로 XRP가 잠기는 구조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토큰 에스크로는 단독 기능이 아니다. 이달 초 활성화된 ‘퍼미션드 도메인(XLS-80)’과 함께 제도권 친화적 스택을 구성한다. 퍼미션드 도메인은 참여자를 제한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여기에 퍼미션드 탈중앙화거래소(DEX)가 결합되면 규제 요건을 충족하는 유동성 풀을 구성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구조적으로 보면 퍼미션드 도메인은 ‘누가 참여할 수 있는가’를, 토큰 에스크로는 ‘어떻게 조건부로 안전하게 정산할 것인가’를, 퍼미션드 DEX는 ‘어디에서 유동성이 형성되는가’를 각각 담당한다. XRPL이 단순 결제 체인을 넘어 기관용 정산 레이어로 자리매김하려는 전략이 읽히는 대목이다.
다만 변수도 적지 않다. 발행자가 관련 플래그를 활성화하지 않으면 에스크로 기능은 작동하지 않는다. 지갑과 거래소가 사용자 흐름을 통합해야 실질 거래로 이어질 수 있다. 퍼미션드 시장과 개방형 시장 간 유동성 분절 가능성도 잠재 리스크다.
결국 관건은 채택 속도다. 스테이블코인과 토큰화 자산이 확대되는 흐름 속에서 XRPL이 조건부 정산과 접근 통제를 네이티브 기능으로 제공할 수 있다면 기관 참여 문턱은 낮아질 수 있다. 다만 구조적 수요가 실제 시장 수요로 전환되기까지는 발행자와 인프라 사업자의 선택이 결정적 변수가 될 전망이다.



![[뉴욕코인시황/마감] 비트코인, 하르그섬 포화 속 7만달러 사수… 변수는 유가·연준 [뉴욕코인시황/마감] 비트코인, 하르그섬 포화 속 7만달러 사수… 변수는 유가·연준](https://cdn.blockmedia.co.kr/wp-content/uploads/2026/03/20260315-051925-560x189.jpg)

![[뉴욕 코인시황/마감] 비트코인 7.4만달러 찍고 ‘중동 악재’에 후퇴 [뉴욕 코인시황/마감] 비트코인 7.4만달러 찍고 ‘중동 악재’에 후퇴](https://cdn.blockmedia.co.kr/wp-content/uploads/2026/03/20260314-043935-560x168.jpg)
![[코생지(Coin Liveness Metric)] 살아남는 코인이 강하다…시장 흔들릴 때 드러난 생명력 [코생지(Coin Liveness Metric)] 살아남는 코인이 강하다…시장 흔들릴 때 드러난 생명력](https://cdn.blockmedia.co.kr/wp-content/uploads/2027/03/20260313-150928-560x373.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