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오수환 기자] 지난 일주일간 디지털자산(가상자산) 시장은 빗썸발(發) ‘유령 비트코인’ 오지급 쇼크로 홍역을 치렀다. 하루 평균 거래대금 7조원, 시가총액 100조원을 넘나드는 시장 규모에 비해 규제는 이용자보호법 하나뿐이라는 ‘거대해진 몸집과 빈약한 제도’의 불균형이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사건 직후 금융당국은 분주했다. 현장을 점검하고 정치권은 질타를 쏟아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전산 결함과 내부통제 보완책을 논해야 할 자리에 난데없이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이라는 지배구조 이슈가 전면 부각됐다. 사고의 원인과 처방이 따로 노는 형국이다.
사고의 본질은 명확하다. 입력 단계의 검증 실패, 자동 제동 장치 부재, 장부와 실보유 자산 간 정합성 미비다. 사람이 실수해도 시스템이 걸러냈어야 했지만, 그 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다. 이는 ‘지배구조‘가 아니라 ‘통제 구조‘의 결함이다.

그런데도 논의가 지분 제한으로 흐르는 이면에는 금융당국의 노림수가 읽힌다. 거래소를 인가제로 전환하며 대주주 지배력을 분산하려는 구상은 당국의 숙원 과제였다. 그간 업계와 정치권의 반대로 막혔던 카드를 이번 전산 사고를 빌미로 다시 꺼내 든 셈이다.
정책적 필요와 사고 원인을 섞어버리면 논리는 빈약해진다. 대주주 지분을 15%로 낮춘다고 해서 입력 오류가 자동으로 차단되지는 않는다. 소유 구조가 바뀐다고 시스템 로직이 강화되는 것도 아니다. 지분 규제는 지배구조 리스크 수단일 뿐, 전산 사고의 직접적 해법이 될 수 없다.
우리가 이미 겪은 금융권 사례를 보자. 2015년 우리은행 전산 오류로 계좌당 6만원이 아닌 600억원이 잘못 입금돼 수십조원에 이르는 금액이 오지급됐을 때, 당국의 칼날은 소유 구조가 아닌 ‘시스템‘을 향했다. 주목할 점은 은행권이 이미 엄격한 ‘동일인 지분 제한’ 규제를 받는 산업이라는 사실이다.
이미 지배구조 규제가 촘촘한 은행에서도 전산 사고는 터졌다. 당시 당국이 내놓은 해법은 지분 구조 개편이 아니라 권한 분리, 이상거래 탐지, 차단 로직 보완 같은 시스템 강화였다. 지배구조 규제가 전산 사고의 예방책이 될 수 없음을 보여주는 명확한 증거다. 그런데도 유독 디지털자산 시장에서만 전산 사고의 해법으로 ‘지분 제한’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고 층위를 뒤섞는 일이다.

그렇다면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가장 먼저 다뤄야 할 우선순위는 무엇일까. 우선 자산 지급·지갑 이체·상장·수수료 변경처럼 시장에 즉각 영향을 주는 고위험 행위에 대해 권한 분리와 다중 승인 의무를 명문화해야 한다. 아울러 이벤트 지급과 같은 ‘비거래’ 행위도 시장 충격을 만들 수 있는 만큼 지급 전용 계정 분리, 예치량 초과 실행 불가 등 구조적 안전장치를 거래소 표준 요건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또 장부와 실보유 자산의 정합성을 단순한 사후 점검이 아니라 사고 예방 장치로 격상해, 이상치가 발생하면 자동으로 거래를 제한하고 확산을 차단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끝으로는 사고 발생 시 공시·통지·재발방지 보고의 시간 기준과 형식을 제도화해 ‘24시간 시장’에 맞는 책임 규율을 세우는 작업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문제의 순서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이번 사고가 드러낸 것은 전산 시스템과 내부통제의 취약성이었다. 그렇다면 처방 역시 그 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원인과 동떨어진 규제는 사건의 충격을 일시적으로 흡수할 수는 있어도, 재발을 막는 장치가 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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