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문예윤 기자] 러시아 중앙은행이 그동안 유지해 온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강경한 반대 입장을 재검토하고 있다. 올해 안에 ‘러시아형 스테이블코인’ 발행 가능성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13일(현지시각) 현지 보도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치스튜힌 러시아 중앙은행 제1부총재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스테이블코인의 위험성과 잠재적 이익을 다시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즉각적인 도입 결정이라기보다 전략적 재검토에 가깝지만 기존의 일관된 반대 기조에서 한발 물러선 신호로 해석된다.
러시아는 그동안 중앙집중형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글로벌 규제 환경이 빠르게 정비되면서 통화 주권과 결제 인프라 경쟁 측면에서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미국은 지난해 ‘지니어스 법(GENIUS Act)’을 통과시키며 결제용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연방 차원의 규제 체계를 마련했다. 1대1 달러 준비금 요건과 준비금 투명성 규정을 명문화하면서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제도권 내 지위를 강화했다. 이후 국경 간 결제와 디지털자산 결제 분야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유럽연합(EU)도 디지털 유로 도입 논의와 함께 디지털자산시장규제(MiCA) 체계에 부합하는 유로 기반 스테이블코인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 정책 당국은 이를 통화 주권을 방어하고 외국 디지털 통화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전략적 조치로 보고 있다.
이 같은 흐름에 힘입어 스테이블코인은 글로벌 디지털자산 시장의 핵심 유동성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일부 무역 결제에서도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러시아가 디지털 통화 인프라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달러와 유로 기반 토큰이 국경 간 거래를 주도할 경우 러시아 기업들이 외국 규제 체계에 더욱 의존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제 제재 환경 역시 변수다. 러시아는 기존 국제 결제 네트워크 접근에 제약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 통제 가능한 스테이블코인은 이론적으로 서방 금융 시스템을 우회할 수 있는 대안적 결제 수단이 될 수 있다. 이번 재검토 움직임은 스테이블코인 인프라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러시아가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다만 과제도 적지 않다. 러시아형 스테이블코인이 실질적으로 기능하려면 △충분한 준비금 △명확한 법적 근거 △국제 거래 상대방의 신뢰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 투명성과 유동성이 담보되지 않을 경우 실제 채택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로서는 중앙은행이 공식 지지 입장을 밝힌 단계는 아니며, 타당성 검토 수준에 머물러 있다. 향후 조사 결과와 정책 방향에 따라 러시아의 디지털자산 전략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