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문예윤 기자] 디지털자산(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율 상한을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거래소를 ‘시장 유통의 핵심 인프라’로 보고 자본시장 수준의 지배구조 규율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업계는 “민간 기업의 소유 구조를 사후적으로 강제 조정하는 규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당국이 지분 규제를 염두에 두고 있던 상황에서 최근 사고가 정책 추진의 명분으로 활용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된다.
디지털자산거래소, 공공성 강화 논의 본격화
15일 디지털자산 업계와 국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디지털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율 상한을 15~20% 수준으로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을 통해 가상자산사업자(VASP)에 적용 중인 현행 신고제를 인가제로 전환하려는 정책 방향과 맞물린 조치로 해석된다.
인가제로 제도권에 편입될 경우 거래소를 단순 플랫폼이 아닌 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시장 인프라로 보고 지배구조 기준을 선제적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논리다. 금융당국은 디지털자산기본법이 사업자·이용자·시장 전체를 아우르는 통합법이 될 것이라며 거래소의 지위와 책임 역시 강화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 과정에서 자본시장법상 대체거래소에 적용되는 소유 분산 규제를 준용해 특정 1인 또는 동일 집단에 의한 지배력 집중을 구조적으로 차단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내부통제 강화와 이해상충 방지를 위해 소유·지배구조 규율도 병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만 내부통제 문제와 대주주 지분율을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최근 빗썸에서 발생한 비트코인 오지급 사고는 이러한 논의에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됐다. 다만 해당 사고는 전산 운영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로, 특정 대주주의 지분 구조와 직접적 인과관계가 확인된 사안은 아니라는 점에서 업계에서는 “사건의 성격과 지분 규제를 연결 짓는 것은 과도하다”는 반론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국회 현안 질의에서 감독당국은 “현행법상 디지털자산거래소는 금융회사가 아니어서 내부통제 기준을 강제할 수단이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2단계 입법을 통해 내부통제 기준에 강제력을 부여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특정금융정보법 중심의 현행 규율 체계로는 전산 사고와 내부통제, 지배구조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루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기본법을 통한 보완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다만 지분 규제가 내부통제 강화의 필수 조건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지분 상한 카드 꺼낸 당국에 정치권·업계 “논리적 비약” 반발
정치권 내부에서도 시각은 엇갈린다. 여권 일각에서는 내부통제 공백과 이해상충 우려가 큰 구조라면 소유·지배구조 규율을 병행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야권과 일부 여당 인사들 사이에서는 “전산 시스템 결함과 대주주 지분율을 직접 연결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규제 강도가 지나치게 높아질 경우 경영 안정성과 글로벌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해외 사례와 비교해도 일률적 지분 상한을 두는 방식은 드물다는 평가가 있다. 미국의 코인베이스와 크라켄 등 주요 디지털자산 거래소에는 대주주 지분 상한 규제가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상장에 따른 공시 의무, 이사회 구조, 내부통제 체계, 감독당국의 시장 감시 등을 통해 지배구조를 견제하는 방식이다. 일본 역시 인가제는 엄격하게 운영하지만 특정 주주의 지분을 일괄적으로 제한하는 제도는 두고 있지 않다.
업계의 반발은 더욱 직접적이다. 한국핀테크산업협회는 소유 분산 규제가 도입될 경우 혁신과 성장 기반이 훼손될 수 있다며 재검토를 요청했다. 특히 이미 형성된 지분율을 사후적으로 낮추도록 강제할 경우 재산권 침해와 신뢰보호 원칙 위반 등 법적 논란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내 주요 거래소의 대주주 지분율은 20%를 크게 웃돈다. 두나무의 경우 송치형 회장이 약 25.52%를 보유하고 있다. 빗썸은 빗썸홀딩스가 73.56%를 소유하고 있으며, 코인원은 차명훈 대표가 개인·법인 지분을 합쳐 약 53.44%를 보유한 구조다. 코빗 역시 NXC가 약 60.5%를 보유하고 있다.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도 인위적인 소유구조 변경은 산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용자 수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거래소를 곧바로 공공 인프라로 규정하고 소유구조까지 재편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부에서는 “당국이 지분 규제 도입을 염두에 두고 있던 상황에서 사고가 정책 추진의 동력으로 활용되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도 나온다.
이처럼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향후 입법 과정에서는 기존 주주에 대한 적용 방식, 지분 상한 외 대안적 거버넌스 장치, 이해상충 방지 장치의 실효성 확보 여부 등이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분 규제가 내부통제 강화의 해법인지, 아니면 정책적 선택지 중 하나에 불과한지에 대한 본격적인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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