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김해원 기자] 빗썸 사태 이후 디지털자산(가상자산) 거래소의 지분 구조를 둘러싼 금융당국의 문제의식이 한층 강해지고 있다. 거래소 대주주 지분율을 제한하는 방안이 입법 논의 테이블에 오르면서, 국내 거래소 산업이 단순한 지배구조 개선을 넘어 ‘시장 재편’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5일 디지털자산 업계에 따르면 이번 지분 규제는 특히 중소형 거래소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대형 거래소는 지분 분산이나 신규 투자자 유치 등 대응 수단이 상대적으로 다양하지만, 중소형 거래소는 자본력과 파트너십 측면에서 선택지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와 금융당국이 조율 중인 법안에는 거래소 대주주 지분율을 15~20% 수준으로 제한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특정 대주주 중심의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내부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업계에서는 상한이 20%일 경우 일부 조정으로 대응이 가능할 수 있지만, 15%로 확정될 경우 주요 거래소 대부분이 현 구조를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분 제한 ‘15% 상한’ 방아쇠… 빗썸부터 고팍스·코빗까지 5대 거래소 연쇄 파장
국내 주요 거래소들의 지분 구조를 보면 대주주 중심 체제가 뚜렷하다.
지분 상한 도입 시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큰 곳으로는 빗썸이 우선 거론된다. 빗썸은 빗썸홀딩스가 73.56%를 보유한 구조다. 빗썸코리아를 지배하는 빗썸홀딩스에 지분이 집중돼 있어 사실상 단일 최대주주 체제에 가깝다. 최근 오지급 사고 이후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지분 상한이 15~20% 수준으로 설정될 경우 구조 전반의 조정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팍스 역시 운영사 스트리미 지분 67.45%를 바이낸스가 보유하고 있는 단일 대주주 구조다. 해외 사업자가 지배력을 확보한 형태로, 상한이 일률적으로 적용될 경우 외국계 자본의 지분 처리 방식이 쟁점이 될 수 있다.
코빗은 최근 대주주가 교체되며 사실상 단일 최대주주 체제로 재편됐다. 미래에셋컨설팅은 지난 13일 공시를 통해 엔엑스씨와 SK플래닛이 보유하던 코빗 지분을 매수했다고 밝혔다. 코빗 보통주 2690만5842주를 1334억7988만원에 취득했으며, 취득 지분율은 92.06%에 달한다.
이 같은 대규모 지분 인수가 최근 이뤄졌다는 점은 업계에서 또 다른 해석을 낳고 있다. 금융당국이 지분 규제 기조를 분명히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90%가 넘는 단일 지배 구조가 형성됐다는 점에서, 규제 강도가 완화되거나 유예 규정이 병행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시장의 실제 의사결정과 정책 신호 사이에 온도 차가 있다는 의미다.

반면 두나무는 상대적으로 분산된 구조를 갖고 있다. 최대주주 송치형 의장이 25.52%를 보유하고 있으며, 김형년 13.11%, 카카오인베스트먼트 10.59%, 우리기술투자 7.20%, 한화투자증권 5.94% 등이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상한이 20%로 설정될 경우 일부 조정으로 대응이 가능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15%로 확정될 경우에는 오너 지분 일부 매각이 불가피할 수 있다.
코인원은 더원그룹이 34.30%로 최대주주이며, 컴투스홀딩스 21.95%, 차명훈 19.14%, 컴투스플러스 16.47% 등이 주요 주주다. 지분 상한이 특수관계인 합산 기준으로 설계될 경우 이들 역시 규제 영향권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현재 거론되는 상한선이 15%로 확정될 경우 주요 거래소 대부분이 이를 초과하는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상한이 15%로 확정되면 사실상 5대 거래소 대부분이 지분 재편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다만 최근 시장 움직임을 보면 정책 설계 과정에서 일정 부분 조정이나 예외 규정이 병행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분 규제’ 거래소 넘어 산업 전반 흔드나… 네이버 딜·해외 진출도 영향권
지분 상한 논의는 개별 거래소를 넘어 시장 전반의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지분 제한이 현실화될 경우 중소형 거래소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이미 거래량 감소와 수익성 악화, 실명계좌 확보 경쟁 등으로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지분 상한까지 도입되면 기존 대주주의 추가 투자 유인이 약화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지분 매각이나 인수합병, 사업 철수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한 중소형 거래소 관계자는 “지분 규제가 어떻게 설계되느냐에 따라 전략이 완전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대형 투자자가 지분을 정리할 경우 그 영향이 기관뿐 아니라 개인 투자자에게까지 간접적으로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규제 불확실성은 해외 사업자들의 진출 전략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본지가 만난 해외 프로젝트 관계자들은 “한국 시장은 매력적이지만 규제 체계가 어떻게 정리될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분 규제는 네이버파이낸셜의 두나무 100% 자회사 편입 구상에도 변수다. 상한이 15%로 설정될 경우 완전 자회사 구조는 규제 취지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지분율과 적용 방식은 향후 조율 과정에서 조정될 여지가 있다. 현행 은행법은 동일인의 은행 지분 보유를 10%로 제한하지만 금융위원회 승인을 받으면 최대 33%까지 허용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도 “유예 기간을 두거나 지분율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해당 조항은 업계뿐 아니라 여야 내부에서도 이견이 적지 않다. 강련호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이미 형성된 지분 구조에 사후적으로 매각을 요구할 경우 시장 충격이 클 수 있다”며 “법안 통과 가능성은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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