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명정선 기자] 글로벌 사모시장 확장에 공격적으로 베팅해온 래리 핑크 블랙록 CEO의 전략이 또 다른 부의 재편을 낳고 있다. 블랙록이 글로벌인프라스트럭처파트너스(GIP)를 125억달러에 인수한 이후 창업 파트너들이 잇따라 패밀리오피스를 설립하거나 확대하며 자산 운용의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GIP의 6명 공동 창업자 중 최소 4명이 블랙록 매각 이후 개인 자산을 전담하는 투자 법인을 새로 세우거나 기존 조직을 확장했다. 마이클 맥기와 라즈 라오는 지난해 각각 금융 전문가를 영입해 패밀리오피스 운영을 본격화했다. 맥기는 2024년 말 GIP 매각 시점에 맞춰 ‘코리산드(Corysande)’를 설립했다.
‘바요’ 오군레시와 매튜 해리스도 최근 수개월간 패밀리오피스를 통해 투자 행보를 강화했다. 오군레시의 ‘파이브 레이넘(Five Raynham)’은 미국 바이오테크 기업 루멘 바이오사이언스의 후기 투자 라운드에 참여했고, 해리스의 ‘베다리 컬렉티브(Bedari Collective)’는 미국 농업 전환을 지원하는 신용 펀드에 투자했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이들 4인의 순자산은 최소 37억달러에 달한다. 사모시장 자산 급증과 기업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가 맞물리며 단기간에 불어난 부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장기적 유산으로 제도화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존 프린스 리스파다 설립자는 “대규모 유동성 이벤트 이후 억만장자들의 주된 동기는 단순 수익률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유산을 구축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흐름은 GIP에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수년간 사모시장 운용사 간 인수합병이 급증하면서 창업자들이 지분을 현금화하거나 상장사 주식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었다. 블랙록은 지난 2년간 250억달러 이상을 투입해 사모시장 역량을 확대해왔다. 전통적인 주식·채권 60대40 포트폴리오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판단 아래 사모자산을 핵심 축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콜러캐피털, 블루아울캐피털 등 사모시장 운용사 창업자들도 최근 4년 사이 패밀리오피스를 설립하거나 확장했다. 미아 왕 A&O 셔먼 룩셈부르크 펀드·자산운용 파트너는 “추가적인 통합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장기적인 구조적 변화”라고 평가했다.
현재 블룸버그 부호 지수 상위 500명 중 최소 5분의 1이 패밀리오피스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이 관리하는 자산은 5조달러를 웃돈다. 비교적 규제가 느슨하고 외부 공개가 제한적인 이들 조직은 벤처캐피털, 부동산, 상장사 인수 등으로 투자 영역을 넓혀왔다.
GIP 부창업자 맥기가 설립한 코리산드는 2024년 10월 블랙록 인수 완료와 함께 약 4억7350만달러 규모의 블랙록 주식을 수령했다. JP모건체이스 출신 치트라 카트리를 최고투자책임자(CIO)로 영입해 운용 체계를 갖췄다. 카트리는 “GIP 거래 이후 패밀리오피스에 구조를 부여하는 단계”라며 “복잡성을 키우기보다 신중하고 체계적인 투자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라오가 이끄는 캐리비치(CarryBeach) 역시 포트폴리오 투자 관리와 부동산 등을 주요 활동으로 내세우며 전문 인력을 영입했다. 오군레시와 해리스는 각각 블랙록 매각 이전부터 패밀리오피스를 운영해왔으나 최근 투자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프리킨 창업자 마크 오헤어도 지난해 블랙록이 그의 사모시장 데이터 기업을 약 32억달러에 전액 현금 인수한 이후 패밀리오피스를 재정비하고 있다. 그는 거래를 통해 약 26억달러를 확보했으며 ‘발할라 벤처스(Valhalla Ventures)’ 자산의 약 70%를 비상장 시장에 배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헤어는 “과도한 분산은 오히려 비효율적일 수 있다”며 “사모자본에 상당 비중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GIP 창업자들의 선택은 이미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인수 종결 이후 블랙록 주가는 10% 이상 상승해 최대 수혜자인 오군레시의 지분 가치를 최소 2억달러 이상 끌어올렸다.
외부 자금을 운용해 부를 축적한 사모시장 거물들이 이제는 자기 자본을 보다 유연하게 운용하는 구조로 전환하고 있다. 해리스의 패밀리오피스 투자 책임자인 제이슨 창은 “고정된 자산 배분이나 투자 집행 목표는 없다”며 “가장 순수한 형태의 투자”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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