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심영재 특파원] 미국이 글로벌 무역 중심에서 점차 밀려나고 있다. 자국 중심의 관세 정책과 통상 갈등이 세계 공급망을 재편시켰고, 그 결과 미국은 영향력·회복력·번영 모두에서 점점 뒤처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스콧 린시콤(Scott Lincicome) 캐이토연구소(Cato Institute) 수석이코노미스트는 12일(현지시각) 블룸버그 기고문을 통해 “미국이 글로벌 무역 경쟁에서 점차 뒤처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미국의 상품 무역(수입+수출) 비중은 2014년 이후 가장 낮았으며, 2024년 대비 하락 폭은 지난 10년간 누적 감소분보다 컸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계속된다면 미국의 세계 무역 비중은 2024년 12%에서 2034년 9%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미 항만 컨테이너 물동량의 80%를 차지하는 미국 역시 지난해 ‘세계 선도국’에서 ‘후발국’으로 전락했다.
더 근본적인 변화는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린시콤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018년 첫 관세를 부과했을 당시 미국은 중국 수출의 19%를 흡수했지만, 지난해 말에는 11%로 줄었다. 그 사이 중국은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중남미 등으로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며 ‘대재편(The Great Reallocation)’이라 불리는 무역 흐름 전환을 이끌었다.
인도, 브라질, 칠레, 아르헨티나 등 주요 신흥국들도 중국과의 교역 확대를 통해 수출 기록을 경신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여전히 미국으로 물량을 보내고 있지만, 상당 부분은 중국의 부품과 자본이 포함된 아시아 공급망의 일부로 자리잡았다.
이처럼 세계 무역의 성장축은 개발도상국 간 교역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북미와 유럽은 상대적으로 정체 상태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남미공동시장(Mercosur)·인도와의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고, 멕시코·인도네시아와의 협정도 갱신했다. 인도는 영국·오만·뉴질랜드와 별도 협정을 맺었으며, 중국도 아세안(ASEAN)과의 무역협정을 확대했다. 린시콤은 “이들 협정은 미국이 지난 10년간 맺은 어떤 무역합의보다 구체적이고 진전된 내용”이라며 “미국 정책의 불확실성을 헤지(hedge)하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북미자유무역협정(USMCA) 탈퇴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캐나다와 멕시코는 대체 시장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캐나다는 중국으로의 원유 수출을 늘리고 인도 시장 진출도 추진 중이다. 독일 기업들은 미국 내 투자보다 중국 내 확장을 재개했으며, 일부 유럽 투자자들은 달러 자산 비중을 줄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는 역설적으로 미국에 부담을 키웠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과 조세재단(Tax Foundation)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관세로 인한 경제적 부담의 대부분은 미국 기업과 소비자가 떠안았다. 외국 기업들은 가격을 낮추기보다 새로운 시장으로 무역을 돌렸고, 이는 미국의 수입물가 상승과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다.
린시콤은 “10년간 지속된 미국의 무역 후퇴는 세계 시장 내 영향력 상실뿐 아니라 경제적 회복력과 안보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며 “이제 미국만이 그 사실을 모르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