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심사’부터 ‘퇴직자 제재’까지… 높아진 VASP 문턱
[블록미디어=강련호 변호사]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은 가상자산 규제 체계가 사후 규제 중심에서 사전·구조적 규제로 전환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주는 입법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 개정안은 크게 두 가지 축으로 구성돼 있다. 첫째, 가상자산사업자(VASP)에 대한 진입 규제의 실질적 강화다. 둘째, 특정금융정보법 위반 후 퇴직한 가상자산사업자 등 금융회사 등의 임직원에 대해서도 제재 조치 내용을 통보·기록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도입이다. 이는 그간 제도적 공백으로 지적돼 온 영역을 보완함과 동시에 가상자산 산업 전반에 대한 감독 밀도를 끌어올리는 조치로 평가된다. 본고에서는 이번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고, 그 법적·정책적 의미와 향후 시장에 미칠 영향을 짚어보고자 한다.
이번 개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변화는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심사 대상에 ‘대주주’가 포함됐다는 점이다. 종전 특정금융정보법 체계에서는 대표자와 임원에 대해서만 범죄 전력 심사가 이뤄졌고, 실질적으로 회사의 지배력을 행사하는 대주주는 심사 대상에서 제외돼 있었다.
그러나 가상자산사업자의 특성상 자본 구조와 의사 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주체는 형식상 임원보다 대주주인 경우가 많았다. 이로 인해 형식적 요건을 충족한 임원을 전면에 내세우고 실질적 지배자는 규제 사각지대에 머무는 구조가 가능하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번 개정은 이러한 한계를 보완해 가상자산사업자의 실질적 지배 구조 전반을 심사 대상으로 포섭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아울러 범죄 전력 심사 대상 법률의 범위도 확대됐다. 종전에는 특정금융정보법, 범죄수익은닉규제법, 테러자금금지법, 외국환거래법, 자본시장법(벌금형 이상)에 한정돼 있었다. 개정안은 여기에 마약류 거래 방지 관련 법률,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등을 추가했다. 특정 범죄 유형에 국한하지 않고 사회적 신뢰성과 시장 건전성을 해칠 우려가 있는 전반적 범죄 이력을 평가하겠다는 정책적 의지로 해석된다.
이번 개정안은 단순한 인적 요건 심사 강화에 그치지 않았다. 가상자산사업자가 △건전한 재무 상태를 갖추었는지 여부 △관련 법령 준수를 위한 조직·인력 △전산 설비 △내부통제 체계를 충분히 구비하고 있는지 여부까지 심사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이는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제도가 더 이상 형식적 요건 심사에 머무르지 않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특히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이후 이용자 자산 보호와 내부통제, 전산 안정성의 중요성이 부각된 상황에서 이번 개정은 두 법률 간 규제 체계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나아가 신고를 수리하는 경우에도 자금세탁 방지 또는 이용자 보호를 위한 ‘조건’을 부과할 수 있는 근거가 신설됐다. 이는 금융업 인허가 영역에서는 비교적 익숙한 방식이지만,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제도에서는 처음 명문화된 것이다. 이로써 금융정보분석원(FIU)은 단순히 ‘수리 또는 반려’라는 이분법적 선택지를 넘어 리스크 수준에 따라 단계적·조건부 관리가 가능한 감독 수단을 확보하게 됐다.
이번 개정안의 또 다른 축은 특정금융정보법 위반 후 제재 조치 전에 퇴직한 임직원에 대한 제재 조치 내용을 가상자산사업자 등 금융회사 등의 장에게 통보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그간 금융 규제 영역에서는 제재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임직원이 퇴직함으로써 사실상 제재의 실효성이 약화되는 문제가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 특히 자금세탁 방지 위반과 같이 조직적·구조적 문제와 밀접한 위반 행위의 경우 개인이 퇴직했다는 이유만으로 책임이 희석되는 것은 규제 취지에 반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개정안은 금융회사 등의 장이 제재 조치 내용을 퇴직 임직원에게 통보하고, 그 내용을 기록·유지하도록 의무화했다. 이는 단순한 통보를 넘어 금융권 전반의 인사·내부통제 시스템에 제재 이력이 반영되도록 하는 구조를 마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비록 형사 처벌이나 직접적 행정 제재와는 성격이 다르지만 규제 준수 문화 관점에서는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번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은 가상자산 규제 방향이 ‘누가 시장에 들어올 수 있는가’와 ‘누가 책임을 지는가’라는 질문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부적격 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사전에 차단하고, 규제 위반에 대한 책임을 조직과 개인 모두에게 실질적으로 귀속시키겠다는 정책적 메시지가 담겼다.
다만 강화된 진입 규제가 과도한 규제 장벽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하위 법령과 감독 실무에서 정교한 설계가 병행돼야 한다. 특히 재무 건전성, 내부통제, 사회적 신용과 같은 개념은 추상적으로 운용될 경우 예측 가능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
향후 금융정보분석원이 예정한 하위 법령 개정 과정에서는 심사 기준 명확화와 절차적 투명성 확보가 중요하다. 이를 통해 이번 개정이 가상자산 산업 위축이 아니라 신뢰 기반의 제도권 편입을 촉진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2014)
· 고려대학교 대학원 법학박사 졸업(2020)
· TSMP Law corporation(싱가포르) 파견(2022-2023)
· 자금세탁방지전문가 (CAMS)(2022)
· TPAC 시험 출제 및 검토위원(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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