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블록미디어 김해원 기자] 인공지능이 로봇의 몸을 빌려 물리 세계에서 일하는 ‘에이전트 경제’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휴머노이드 산업이 단일 모델 중심에서 모듈형 앱 생태계로 전환되면서 보안과 거버넌스를 둘러싼 탈중앙화 논의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업계는 로봇 보안과 책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블록체인 기반 탈중앙화 구조에 주목하고 있다.
얀 리프하르트 오픈마인드 창업자는 11일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컨센서스 홍콩’에서 ‘탈중앙화 로봇의 부상’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그는 “지난 2024, 2025년까지만 해도 로보틱스 업계의 핵심 가정은 전능한 월드 모델, 즉 파운데이션 모델을 한 회사가 만들고 승자가 된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가족, 병원, 학교 등 실제 현장과의 대화가 시작되자 레고처럼 조립 가능한 모듈형 소프트웨어 아키텍처가 더 이해하기 쉽고 확장도 빠르다는 점이 분명해졌다”고 설명했다.
오픈마인드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각) 휴머노이드용 앱스토어를 공개했다. 그는 “현장의 도메인 지식을 앱 형태로 압축해 더 많은 휴머노이드에서 실행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휴머노이드는 노트북이나 휴대폰처럼 사용자가 필요에 따라 기능을 내려받고 교체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부 기업은 칩·클라우드·소프트웨어·앱스토어·콘텐츠·하드웨어·공급망을 모두 통제하는 방식으로 ‘완성된 휴머노이드’를 통째로 제공하려 한다”며 “부모이자 교육자로서 나는 그 모델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로봇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마법 같은 물건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아이들에게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 ‘코드를 읽어라. 마음에 안 들면 바꿔라. 새 기능이 필요하면 만들어라’라고 말할 수 있는 기술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개방형 생태계가 커질수록 보안과 책임 문제는 더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얀은 “악성 개발자나 공격 문제는 로봇만의 이슈가 아니라 은행·컴퓨터·AI 등 모든 시스템이 공격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미 우리가 겪어온 문제”라며 이에 대응할 사회적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해법으로 감시·검증 체계 구축을 제시했다. 얀은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 누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무엇이 사실인지 평가할 수 있는 글로벌 AI/로봇 관측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술이 사회 인프라와 맞물릴수록 거버넌스도 함께 세워야 한다는 점도 덧붙였다. 얀은 “전력망·병원 시스템처럼 핵심 인프라가 해킹될 경우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기술 확장 속도에 맞춰 제도·검증·책임 체계도 강화돼야 한다”고 했다.
블록체인을 활용한 ‘검증 가능한 규칙’ 구상도 언급했다. 얀은 “로봇이 따르는 규칙을 외부에서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며 “아시모프의 로봇 3원칙을 블록체인에 기록해 누구나 검증할 수 있게 만드는 시도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세션에서는 ‘에이전트 경제’에 대한 전망도 나왔다. 얀은 AI가 인간에게 일을 의뢰하는 형태의 비즈니스가 등장하고 있다며, 나아가 AI가 로봇의 몸을 임대해 물리 세계에서 행동하는 모델도 현실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휴머노이드 확산 속도는 국가별로 차이가 날 것이라는 관측도 이어졌다. 얀은 “공급망과 사회적 수용도에서 지역 편차가 크다”며 “하드웨어 경쟁과 별개로 소프트웨어 표준과 유통 레이어(앱 생태계)가 산업의 다음 승부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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