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트럼프 주니어 등 돈방석"
위트코프 · 러트닉 아들들과 동업
블룸버그, "개미 투자자 배신감"
[블록미디어 이정화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위대하게’ 만드는 동안, 월가와 디지털자산 시장에서는 유력 가문의 자제들을 중심으로 한 거대한 부의 이동이 일어났다.
7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 통신은 트럼프 가문, 위트코프 가문, 그리고 러트닉 상무장관 가문의 2세들이 코인 사업으로 돈을 버는 동안 개미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WSJ은 트럼프 아들들과 그 친구들이 천문학적인 현금을 손에 쥐었지만, 이들을 믿고 투자했던 일반 개인 투자자들은 폭락한 계좌를 부여잡고 좌절감을 토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블룸버그도 “실패할 수 없는 프로젝트”라 믿었던 ‘트럼프 코인’의 배신을 심층 보도했다.
마러라고에서 시작된 가문의 사업
이야기는 2024년 트럼프 대선 캠페인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의 한 회의실에서 가문의 사업이 시작됐다. 아버지의 험난한 정치 역정 속에서 은행 거래마저 끊길 위기에 처했던 에릭 트럼프(Eric Trump) 와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Donald Trump Jr.) 는 어릴 적 친구인 잭 위트코프(Zach Witkoff, 현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 CEO) 와 머리를 맞댔다.
부동산 재벌 스티브 위트코프의 아들인 잭 위트코프는 트럼프 형제들에게 탈중앙화 금융(DeFi)이라는 새로운 수익 모델을 제안했다.
이 회동은 곧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World Liberty Financial)’이라는 거대 벤처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을 “최고 암호화폐 지지자(Chief Crypto Advocate)”로 앞세운 이 프로젝트는 트럼프 가문에게 상상 이상의 수익을 안겨주었다.
WSJ의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 가문은 이 사업 출범 16개월 만에 최소 12억달러의 현금 수익을 올렸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부동산과 골프장, 브랜드 사업으로 2010년부터 2017년까지 8년간 벌어들인 현금과 맞먹는 규모다.
개미는 묶이고, 가문은 돈을 챙겼다
일반 투자자들을 분노하게 만드는 지점은 수익의 규모보다 그 과정의 ‘비대칭성’에 있다.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은 토큰 판매 순수익의 75%를 트럼프 관련 법인에 배분하는 구조로 설계되었다.
특히 잭 위트코프(Zach Witkoff) 가 주도한 자금 조달 방식은 가문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들은 아랍에미리트(UAE) 왕실로부터 5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투자자에게는 미래 토큰 판매 수익에 대한 권리를 주지 않는 계약을 맺었다. 덕분에 토큰 판매 수익은 고스란히 트럼프와 위트코프 가문의 몫으로 남았다.
더욱 논란이 된 것은 나스닥 상장사 알트5 시그마(Alt5 Sigma) 를 이용한 우회 현금화 전략이었다.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은 알트5 시그마를 인수한 뒤, 시장에서 7.5억달러를 조달하게 했다. 그리고 알트5 시그마는 이 돈으로 월드 리버티의 토큰을 시장가보다 60%나 비싼 가격에 대량 매입했다.
이 거래의 결과는 참혹했다. 알트5 시그마의 주가는 75% 이상 폭락했고, 경영진은 줄줄이 사임했으며, 약속했던 스테이블코인 결제 기능은 구현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 거래를 통해 트럼프 가문 법인은 5억달러 이상, 위트코프 가문은 9000만달러의 현금을 챙길 수 있었다.
일반 투자자들의 토큰이 ‘락업(매도 제한)’에 걸려 꼼짝없이 묶여 있는 동안, 설립자들은 상장사 인수를 통해 우회적으로 막대한 현금을 챙겨 탈출한 것이다.

“아버지는 장관, 아들은 코인 중개” …권력과 자본의 융합
이들의 사업 확장에 날개를 달아준 것은 행정부 내의 강력한 인맥이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의 아들인 28세의 브랜든 러트닉(Brandon Lutnick) 은 아버지의 회사인 캔터 피츠제럴드(Cantor Fitzgerald) 에서 암호화폐 관련 업무를 주도했다.
캔터 피츠제럴드는 테더(Tether)와의 관계를 관리하고, 트럼프 형제의 또 다른 사업인 아메리칸 비트코인(American Bitcoin) 의 주식 매각을 주관하며 가문 간의 카르텔을 공고히 했다.
에릭 트럼프(Eric Trump) 가 “암호화폐는 미래”라며 홍보했던 아메리칸 비트코인(American Bitcoin) 역시 비슷한 결말을 맞았다. 상장 초기 트럼프 효과로 시가총액 50억달러를 돌파했으나, 이후 주가는 80% 이상 폭락해 1.30달러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그럼에도 에릭 트럼프는 여전히 9000만 달러 상당의 주식을 보유하며 막대한 평가 차익을 누리고 있다.
“실패할 수 없다더니”… 배신당한 개미들의 좌절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기간 중 “친(Pro) 비트코인 대통령”을 자처하며 규제 완화를 약속했을 때, 수많은 개인 투자자들은 장밋빛 미래를 꿈꿨다. 하지만 시장의 현실은 냉혹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기대와 달리 하락세를 보였고,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의 토큰(WLFI) 가격은 데뷔 이후 50%나 떨어졌다.
한때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에 투자했던 모텐 크리스텐센(Morten Christensen) 은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대통령과 연관된 프로젝트라 절대 실패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허탈해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암호화폐 법안을 통과시켰음에도 정작 해당 프로젝트는 아무런 혜택을 보지 못했다며 보유 물량을 매도했다.
온라인 포럼에는 “회사가 토큰을 팔지 못하게 막고 있다”는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유력 가문의 자제들이 “실제 현금(real cash)”을 챙겨 떠나는 동안, 개인 투자자들은 팔리지 않는 “디지털 토큰(digital tokens)”만 잔뜩 껴안은 채 하락장을 온몸으로 견뎌내고 있는 형국이다.
살찐 돼지는 누구?
잭 위트코프(Zach Witkoff) 는 두바이의 한 무대에서 “돼지는 살찌고, 탐욕스러운 대왕 돼지는 도살당한다(Pigs get fat and hogs get slaughtered)”라는 월가의 격언을 인용했다.
대왕 돼지(hog)는 월가의 기존 은행 시스템을 뜻한다.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이 기존 질서를 무너뜨릴테니, 자신들과 손잡고 살찐 돼지(Pigs)가 되어보자고 선전한 것.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살이 찐 것은 위트코프와 트럼프 가문의 지갑이고, 도살당한 것은 그들을 믿고 투자한 일반 개미들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트럼프 2기, 권력의 정점에서 아버지가 국가를 운영하는 사이, 아들들은 가문의 부를 증식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 성공의 이면에는 ‘크립토 윈터’의 한파 속에 남겨진 투자자들의 깊은 좌절과 배신감이 자리 잡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