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금’ 시험대 오른 비트코인
TGA·QT 겹친 유동성 압박
“비트코인, 중장기 모멘텀 유효”
[블록미디어 오수환 기자] 디지털자산(가상자산)의 핵심 자산으로 꼽혀 온 비트코인(BTC)이 ‘디지털 금’이라는 서사를 입증하지 못한 채 급락 국면에 놓였다. 현물 ETF 도입 이후 기관 투자자의 리스크 관리 대상이 된 데다, 미 재무부의 유동성 흡수와 인공지능(AI) 중심 기술주 조정이 맞물리면서 비트코인이 금보다 소프트웨어·테크 자산에 가까운 가격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디지털자산 시황 플랫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해 10월 고점 대비 약 50% 넘게 하락했다. 이더리움을 포함한 다수의 알트코인은 이보다 훨씬 큰 낙폭을 기록했다. 가격 조정이 나타난 시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지고 달러 신뢰에 대한 의문이 커지는 국면에서 비트코인은 강세를 보여야 할 자산으로 인식돼 왔기 때문이다.
‘디지털 금’ 시험대 오른 비트코인…위기 국면에서도 금으로 쏠린 자금
제롬 파월 연방준비위원회(Fed・연준) 의장을 둘러싼 형사 수사 가능성 제기와 연준 독립성 훼손 논란,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와의 갈등까지 겹치며 미국 통화정책에 대한 신뢰가 흔들렸다. 연준이 정치적 압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인식이 확산되자 달러를 둘러싼 불확실성도 커졌고, 글로벌 금융시장은 안전자산 선호 국면으로 이동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자금은 비트코인이 아닌 금으로 유입됐다.
그동안 비트코인은 위기 국면에서 법정화폐에 대한 대안적 피난처로 기능하며 ‘디지털 금’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아왔다. 그러나 이번 국면에서는 전통적 안전자산인 금이 방어력을 재확인한 반면, 비트코인은 뚜렷한 하방 방어에 실패했다.

실제 지난 1년간 비트코인과 금은 상관성이 낮은 흐름을 이어가며 서로 다른 가격 움직임을 보였다. 코인글래스에 따르면 비트코인과 금의 상관관계는 음(-)의 영역에 머물러 있다. 30일 기준 상관계수는 약 -0.29, 90일은 -0.41, 365일은 -0.15 수준이다. 특히 최근 30일과 90일 구간에서 상관계수가 -0.3~-0.4까지 낮아졌다는 점은, 금이 강세를 보일 때 비트코인은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반대로 비트코인이 반등할 때 금의 흐름이 둔화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AI 사이클과 함께 움직이는 비트코인
특히 비트코인이 금과 같은 안전자산이 아니라 소프트웨어·테크 자산과 보다 직접적으로 연동돼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기술주 과열이 조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소프트웨어 섹터 전반의 변동성이 확대됐고, 이 과정에서 비트코인 역시 같은 위험자산 범주에서 압박을 받고 있다는 해석이다.

짐 비앙코 비앙코 리서치 연구원은 “디지털자산은 흔히 ‘프로그래머블 머니’로 불려왔다”며 “그렇다면 비트코인이 소프트웨어 주식처럼 거래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며 “실제 차트를 보면 비트코인의 가격 흐름이 소프트웨어 주식과 유사하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산업을 흔들며 소프트웨어 주가를 압박하고 있는 AI 에이전트 시대에, 이른바 ‘프로그래머블 머니’로 불려온 자산들 역시 같은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지혜 삼성증권 연구원은 “디지털자산은 펀더멘털로 가치를 설명하기 어려운 만큼 유동성 변화에 민감한 자산군”이라며 “최근 디지털자산의 부진은 AI를 중심으로 형성된 유동성 랠리가 후반부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AI 관련 기대가 본격적으로 꺾이기 이전 단계에서 시장 내 자금 흐름과 자산 간 관계가 먼저 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돈맥경화’ 걸린 비트코인…기관 수급 구조가 만든 디레버리징
이처럼 비트코인은 위험자산과의 연관성이 커진 상황에서 시장 유동성 위축이 겹치며 하락 압력이 확대됐다. 케빈 워시 신임 연준 의장의 매파적 성향 역시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미국 재무부의 재정 운용 변화 역시 유동성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 재무부 현금잔고(TGA)는 국채 발행과 세수 유입을 통해 늘어나는데 잔고가 빠르게 증가할 경우 그만큼 시중 자금이 연준 계정으로 이동하며 민간 금융시스템 내 유동성이 줄어든다. 결과적으로 통화정책에 대한 긴축 기대와 재정 운용에 따른 현금 흡수가 동시에 겹치면서, 비트코인처럼 유동성에 민감한 자산에 부담이 가중됐다.

실제로 1월 중순 약 7800억달러 수준이던 미 재무부 TGA는 최근 9000억달러를 넘어섰다. TGA가 빠르게 확대되는 과정에서 연준의 양적긴축 기조가 다시 부각되며, 시장으로 유입되는 자금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흐름이 나타난 것이다. 기준금리나 QT 속도에 별다른 변화가 없더라도, 실제 시장에서는 단기 자금 여유가 줄고 레버리지를 활용하기도 한층 어려워진다.
이런 환경에서는 유동성 변화에 민감한 자산일수록 가격 부담이 커지기 쉽다. 최근 비트코인이 약세를 보이는 흐름 역시, 이러한 자금 환경 변화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TGA가 빠르게 늘어날수록 은행 준비금 등 민간 금융시스템 내 유동성이 그만큼 줄어든다”며 “표면적으로 기준금리와 QT 속도가 유지되더라도, 실제 시장 참가자 입장에서는 ‘돈이 점점 말라가는 환경’이 형성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환경에서는 작은 충격에도 레버리지 포지션이 버티기 어려워진다”며 “상승 국면에서는 반등 폭이 제한되는 반면, 하락 국면에서는 낙폭이 커지는 전형적인 디레버리징 패턴이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현물 ETF 도입 이후 기관 중심으로 재편된 수급 환경 역시 비트코인이 금리와 유동성 환경 변화에 더욱 직접적으로 노출되는 계기가 됐다.
조 와이젠탈 블룸버그 팟캐스트 오드 로츠(Odd Lots)의 진행자 겸 분석가는 “ETF를 통해 비트코인은 제도권 포트폴리오에 편입됐지만, 동시에 글로벌 리스크 관리의 대상이 됐다”며 “주식, 특히 나스닥이 급락할 경우 기관 투자자들은 유동성이 높고 즉각 현금화가 가능한 자산부터 정리하는데, 이 과정에서 비트코인이 우선적으로 매도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고 설명했다.
“비트코인, 중장기 모멘텀 유효”
다만 현재의 급락에도 중장기 모멘텀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승식 타이거리서치 선임 연구원은 “AI 버블 우려로 기술주 흐름이 정체될 때 자금이 대체 자산으로 이동하는 패턴은 과거에도 반복돼 왔다”며 “이번 조정은 유동성 부족 국면에서 나타난 단기적 변동성 확대의 결과로, 중장기 상승 흐름을 훼손할 수준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글로벌 유동성 확대 기조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고, 제도권의 디지털자산에 대한 정책 방향성도 우호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며 “기관 투자자들의 전략적 매집이 지속되는 가운데 비트코인 네트워크 역시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크립토 시험대上] 7만달러 무너뜨린 ‘돈맥경화’…이중고 겪는 비트코인 [크립토 시험대上] 7만달러 무너뜨린 ‘돈맥경화’…이중고 겪는 비트코인](https://cdn.blockmedia.co.kr/wp-content/uploads/2026/02/20260206-153154-1200x800.png)

![[뉴욕 코인시황/마감] 비트코인 7.4만달러 찍고 ‘중동 악재’에 후퇴 [뉴욕 코인시황/마감] 비트코인 7.4만달러 찍고 ‘중동 악재’에 후퇴](https://cdn.blockmedia.co.kr/wp-content/uploads/2026/03/20260314-043935-560x168.jpg)

![[뉴욕 코인 시황/출발] PCE·GDP 발표 후 비트코인 7만3000달러선 돌파 [뉴욕 코인 시황/출발] PCE·GDP 발표 후 비트코인 7만3000달러선 돌파](https://cdn.blockmedia.co.kr/wp-content/uploads/2023/05/월스트리트-22.jpg)
![[퇴근길 시황] 유가 급등에 코스피 급락…비트코인 7만2000달러대 상승 [퇴근길 시황] 유가 급등에 코스피 급락…비트코인 7만2000달러대 상승](https://cdn.blockmedia.co.kr/wp-content/uploads/2025/11/20251110-181706-560x311.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