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김해원 기자] 최근 비트코인이 6만달러 초반선까지 밀리며 시장 투자자들 사이에 공포 심리가 확산됐다. 하락을 촉발한 명확한 단일 재료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점도 불안을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단기 가격 변동보다 매크로 불확실성 해소와 유동성 회복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번 하락장은 FTX 파산 사태 이후 최대 일일 낙폭과 비견될 정도로 가팔랐다. FTX 파산은 2022년 코로나 이후 제로금리 기조가 종료되고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는 국면에서 발생했다. 당시 테라·루나 붕괴에 이어 FTX 사태까지 업계 내부의 구조적 붕괴와 연쇄 청산이 겹치며 디지털자산 시장이 급락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조정이 과거 하락장과는 원인과 시장 성격이 다르다고 본다. 최근 내림세는 기술주 흐름과 정책, 지정학적 변수 등 외부 충격이 누적된 뒤 유동성 공백과 레버리지 청산이 하락 폭을 키웠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상장지수펀드(ETF)와 디지털자산 트레저리 기업(DAT)을 통해 대규모 기관 자금이 유입된 이후 맞는 조정 국면이라는 점도 과거와의 차이로 꼽힌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2026년 1월 중순부터의 하락장은 고금리 유지 기조 속에서 상승한 자산시장이 조정을 받은 결과”라며 “단기적으로는 연방준비제도의 유동성 긴축에 따른 디레버리징 영향도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ETF 승인과 DAT 기업 약진, 연기금 등 기관 익스포저 확대를 통해 유입된 자금은 하방을 제한할 수 있다”면서도 “동시에 기존 시장 역학을 바꾸는 변수로 작용해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왜 하락했나, 매크로 충격이 만든 ‘트리거’들
하락의 첫 신호는 지난 28일(현지시각) 미국 기술주에서 나타났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26 회계연도 2분기 실적에서 매출과 이익이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다만 AI 데이터센터와 GPU 등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라 자본적지출이 전년 동기 대비 66% 증가한 375억달러를 기록하며 투자자 부담이 커졌다. AI가 의미 있는 매출로 이어지기 전에 현금 유출이 먼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됐고, 기술주 전반으로 매도세가 번졌다. 나스닥 급락과 함께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커지며 비트코인도 약세를 보였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차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후보로 매파 성향의 케빈 워시를 지명한 점도 거시경제 불확실성을 키운 요인으로 거론된다. 시장에서는 유동성 환경이 더 긴축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다만 장기 악재라기보다는 단기적으로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재료에 가깝다는 분석이 많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정책과 지정학적 리스크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유럽의회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합병 문제를 압박하고, 이에 반대하는 유럽 8개국에 추가 관세 부과를 시사하자 미국과의 무역합의 승인 절차를 보류한 바 있다. 이후 관세 위협이 철회되며 절차가 재개됐지만, 추가 관세나 안보·영토 보전 문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평가다.
중동 리스크도 변수로 떠올랐다.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 재개가 불투명해지며 국제 유가가 급등했고, 군사적 긴장이 고조됐다. 원유 공급 차질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다시 강화됐고, 비트코인에도 추가 부담이 됐다.
‘유동성 바닥’이 하락을 키웠다…”얇은 현물, 쏟아지는 청산”
시장 급락의 핵심 배경으로는 유동성 감소가 지목된다. 타이거리서치는 최근 보고서에서 비트코인 현물과 선물 시장의 거래량 감소로 유동성이 크게 약화됐다고 분석했다. 유동성이 바닥난 시장에서는 작은 충격에도 가격 변동이 확대된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레버리지 포지션 청산이 겹치며 변동성도 커졌다. 지난 6일 하루 동안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26억달러(약 3조8194억원) 규모가 청산됐다. 김민승 센터장은 “어떤 단일 악재로 하락했다기보다는, 현물 거래는 적고 고레버리지 선물 거래 비중이 큰 상황에서 작은 변동성이 롱 스퀴즈를 촉발했고, 연쇄 청산이 이어지는 국면”이라며 “금 가격 하락이나 AI 버블 우려 등은 트리거가 될 수 있지만 비트코인 하락 전체를 설명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타이거리서치는 이번 하락을 두고 “외부 요인이 올렸고, 외부 요인이 내렸다”고 평가했다. 과거 크립토 윈터가 업계 내부 붕괴에서 시작됐다면, 이번 사이클은 ETF 승인이 상승장을 열었고 관세 정책과 금리 환경이 조정을 이끌었다는 설명이다. 다만 실물자산 토큰화, 무기한 선물 기반 탈중앙 거래, 예측시장 등 새로운 내러티브는 계속 등장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규제 이후 바뀐 시장 구조… “현재는 상방, 하방 모두 막혀 있어”
시장 내부에서는 비트코인 상승이 알트코인 전반으로 확산되는 낙수효과가 약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기관 자금이 ETF와 DAT 등 경로로 집중 유입되면서 비트코인 중심으로 수급이 쏠렸기 때문이다.
타이거리서치는 “규제권에는 RWA 토큰화, 거래소, 기관용 커스터디, 예측시장, 규제 준수형 DeFi 등이 포함된다”며 “감사와 공시, 법적 보호 아래 성장 속도는 느리지만 자금 규모가 크고 안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규제권에 들어온 순간 과거 같은 폭발적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고, 변동성이 줄며 상방이 제한될 수 있다”며 “동시에 하방도 제한된다”돼 낙폭도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민승 센터장은 “현재는 트럼프 변수 등 매크로 불확실성이 큰 시장이라 가격 변동성이 심하다”며 “불확실성 해소 여부가 중요하고, 디지털자산 시장은 현물 거래량이 적고 신규 자금 유입이 저조한 만큼 이 두 지표의 개선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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