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트래블룰 적용 범위를 모든 금액으로 확대
송신 거래소 뿐 아니라 수신 거래소도 정보 확보 의무 부과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에 AML 의무와 동결·소각 기능 요구
[블록미디어 오수환 기자] 자금세탁 수법의 정교화와 디지털자산(가상자산) 시장의 급속한 확산에 대응해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중대범죄 관련 자금의 흐름을 선제 차단하고, 스테이블코인 등 신종 자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자금세탁방지 체계 개편에 착수했다. 이번 조치는 디지털자산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고,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관리·감독 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FIU는 5일 자금세탁방지·테러자금조달방지 정책자문위원회를 개최하고, ‘2026년 자금세탁방지 주요 업무 수행계획’에 따라 디지털자산을 중심으로 한 AML 체계 강화 방안을 확정했다.

우선, 현재 100만원 이상 국내 디지털자산 거래에만 적용되는 트래블룰(Travel Rule)의 적용 범위를 모든 금액으로 확대하고 송신거래소뿐 아니라 수신거래소에도 송·수신인 정보 확보 의무를 부과할 예정이다. 개인지갑 및 해외 거래소와의 거래는 위험도에 따라 차등 적용된다. FIU는 저위험 국가의 거래소와 연동되는 경우나 투명성이 확보된 거래에 한해 일부 예외를 허용할 수 있도록 설계할 방침이다. 이는 무조건적인 차단이 아니라, 위험 기반 접근(RBA)을 적용한 최소한의 조치라는 설명이다.
트래블룰 기준이 국제 권고 수준을 넘는다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서 FIU 관계자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권고에 따라 도입된 조치로 글로벌 정합성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며 “지금 수준의 트래블룰은 국제적으로도 표준적인 적용 방식”이라고 말했다.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는 제도화 이전 단계임에도 자금세탁 위험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도록 발행자에 대한 규율이 도입된다. FIU는 발행업자에게 기존 가상자산사업자와 동일한 수준의 AML 의무를 부과하고, 발행 구조에 자산 동결 및 소각 기능을 내재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스테이블코인이 결제 등 실사용 가능성이 높은 만큼, 자금세탁에 악용될 수 있는 위험도 더 높다고 판단한 데 따른 조치다.
아울러 개인지갑이나 해외사업자와의 스테이블코인 거래 역시 위험 기반으로 관리된다. 저위험 국가의 거래소와의 거래, 동일인 간 거래 등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는 허용하되, 위험도가 높거나 투명성이 낮은 거래는 제한하는 방식이 적용된다. 전면 금지보다는, 식별 불가능하거나 통제 불가능한 거래만 선별 차단하는 방향이다.
일부에서는 발행업자에게 동결·소각 기능을 부과하는 것이 스테이블코인의 탈중앙화 원칙과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으나, FIU는 자금세탁방지 목적상 불가피한 장치이며, 국제 사례와의 정합성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등 주요국에서도 유사한 기능이 포함된 사례가 있는 만큼, 글로벌 기준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제도화가 추진될 예정이다.
이 밖에도, FIU는 가상자산사업자의 영세한 구조를 감안해 선제 점검과 경영 개선을 유도하고, 법령 위반 사업자에 대해서는 엄정한 제재를 병행할 계획이다. 특히 개인지갑과 해외 거래소를 통한 자금 이동이 자금세탁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 향후 거래 채널에 대한 위험 평가와 관리가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법 개정이 필요 없는 과제는 즉시 시행에 들어가며, 개정이 필요한 사항은 상반기 중 국회 제출을 목표로 개정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FIU는 디지털자산 기반의 자금세탁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AML 체계를 조기에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이형주 FIU 원장은 “디지털자산이 자금세탁 수단으로 활용될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며 “시장 구조에 맞춘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