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환 변호사 "해외 송금, 제도 밖…외환법상 지위 규정 시급”
"STO 연계도 장벽… 증권사, 스테이블코인 활용 길 막혀"
[블록미디어 오수환 기자] 국회와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논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단순히 발행 요건을 정하는 것을 넘어 금융권의 진입을 막고 있는 이른바 ‘그림자 규제’를 해소해야만 원화 스테이블 코인이 실효성을 가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주성환 변호사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4일 ‘서울 디지털 머니 서밋 2026(SDMS 2026)’에서 “현재 논의는 대부분 ‘누가, 어떻게 발행할 것인가‘에만 집중되어 있다“고 진단하며, “원화 스테이블 코인이 경쟁력을 갖고 실생활에서 쓰이기 위해서는 금산분리 원칙 완화, 망 분리 규제 해결 등 산적한 법적 과제를 함께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입법 속도는 ‘거북이’… 빨라야 올 하반기 윤곽 예상”
현재 국내 디지털자산 법제화는 자금결제법 개정을 통해 비교적 신속하게 제도를 도입한 일본과 달리, 별도의 독자 법률 제정을 추진하고 있어 제도화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이미 다수의 의원 입법안이 발의됐지만, 한국은행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따른 파급효과를 문제 삼으면서 논의는 장기화되는 양상이다.
주 변호사는 “금융위원회의 정부안 마련이 지체되면서 여당을 중심으로 기존 법안들을 통합해 발의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은 쟁점들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행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따른 파급효과를 문제 삼고 있는 데다, 최근에는 디지털자산 거래소의 발행사 지분 보유 제한 문제가 새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논의가 길어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법안의 상반기 내 통과는 쉽지 않고, 논의가 하반기나 늦으면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까지 논의된 발행 규제안의 윤곽은 △자기자본 50억원 이상의 인가제 도입 △이용자 예탁금 100% 이상 안전 자산 운용 △이자 지급 금지 등이다. 다만 발행 인가 권한을 금융위 단독으로 할지 한은 등의 동의를 구할지, 은행 컨소시엄의 지분 한도를 어떻게 설정할지 등은 여전히 쟁점으로 남아있다.
“발행 허용해도 못 쓴다”… 발목 잡는 ‘그림자 규제’들
이처럼 쟁점이 다수 남아 있는 상황에서, 설령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기존 금융 규제와의 충돌로 인해 ‘반쪽짜리 제도’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주 변호사는 대표적인 걸림돌로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분리하는 ‘금산분리’ 정책과 보안을 이유로 한 ‘망 분리’ 규제를 꼽았다.
현행 제도상 금융지주회사나 은행, 증권사가 가상자산 사업자를 자회사로 두기 위해서는 해당 사업이 ‘금융업’ 또는 금융업과 ‘밀접한 관련 업무’로 인정받아야 한다. 그러나 현재 금융당국의 유권해석은 이를 보수적으로 적용하고 있어, 금융회사의 가상자산 시장 진입 자체가 구조적으로 제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지급결제 수단으로 활용될 경우, 전자금융거래법상 선불전자지급수단과 유사한 규제를 적용받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주 변호사는 “이 경우 금융회사에 적용되는 엄격한 물리적·논리적 망 분리 규제가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며 “외부 블록체인 네트워크와의 연결이 필수적인 스테이블코인의 특성상, 현행 규제를 유지할 경우 실질적인 서비스 구현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카드 결제·해외 송금·STO까지… 연계 법안 개정 필수
실생활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시나리오에서도 법적 공백은 여전하다. 주 변호사는 신용카드 결제 대금을 스테이블코인으로 납부하거나 포인트와 연동하는 모델을 예로 들었지만, 이는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의 개정 없이는 제도적으로 구현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토큰 증권(STO) 시장과의 연계 역시 난관으로 꼽혔다. 증권사가 토큰 증권 거래를 위해 원화와 스테이블코인을 교환해주거나 이용자 지갑을 직접 제공하려면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와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확보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행 법체계에서는 증권사가 이러한 라이선스를 직접 취득하기가 쉽지 않은 구조라는 설명이다.
국경 간 송금 문제도 마찬가지다. 현재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해외 송금이 사실상 활발히 이뤄지고 있음에도, 외국환거래법상 명확한 근거가 없어 제도권 금융기관은 관련 사업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주 변호사는 “자금세탁 방지와 거래의 양성화를 위해서라도 스테이블코인에 외국환거래법상 지급 수단으로서의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주 변호사는 끝으로 “발행 요건에 대한 논의를 넘어 유통과 결제, 해외 송금 등 실제 활용 단계에서 발생할 법적 이슈들을 선제적으로 정비해야만 한국형 스테이블코인이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