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명정선 기자] 중국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인 디지털 위안화에 이자를 지급하는 제도를 본격 시행하면서 사용 범위가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결제 수단에 머물던 디지털 위안화가 예금 기능까지 갖추며 기존 은행 예금과 직접 경쟁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3일(현지시각)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푸젠성의 한 국유기업에 근무하는 정모 씨는 월급 일부를 디지털 위안화로 수령해 전자지갑에 보관하고 있으며 연 0.05% 수준의 이자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편의점과 온라인 플랫폼에서 바로 결제할 수 있고 할인 혜택도 있다”며 “이자까지 붙으면서 디지털 위안화에 보관하는 금액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은행권에서도 디지털 위안화 활용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중국공상은행(ICBC) 베이징 지점은 지난달 28일 총 10억 위안(약 2000억원) 규모의 디지털 위안화 대출을 취급했다고 밝혔다. 이는 올해 들어 처음 집행된 디지털 위안화 대출 사례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가 실물 금융 거래로 본격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앞서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 1월 1일부터 ‘디지털 위안화 2.0’ 버전을 시행했다. 핵심은 요구불 예금 수준의 이자를 지급하는 것이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에 이자를 붙인 사례는 전 세계에서 중국이 처음이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디지털 위안화가 단순한 ‘디지털 현금’에서 ‘디지털 예금’으로 성격이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정화폐 지위를 유지하면서도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기술적 특성을 동시에 갖춰 기존 상업은행 예금과 동일 선상에서 경쟁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평가다.
자오롄소비자금융의 둥시먀오 수석연구원은 “이자 지급으로 디지털 위안화의 통화적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며 “도소매 결제뿐 아니라 공공 서비스, 사회 거버넌스, 국제 결제 영역까지 활용 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건부 지급이 가능한 특성을 활용해 선별적 보조금 지급 수단으로 쓰일 가능성도 거론된다.
베이징사회과학원의 왕펑 연구원은 디지털 위안화가 위안화 국제화의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디지털 위안화는 더 이상 현금의 대체 수단에 그치지 않고 실물 경제와 데이터 자산, 국제 무역을 연결하는 인프라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2014년 디지털 위안화 연구에 착수한 이후 2022년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했다. 현재는 베이징과 상하이 등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사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기준 디지털 위안화 누적 거래 건수는 34억8000만건, 거래 금액은 16조7000억 위안(약 3495조원)에 달했다. 개인 지갑은 2억3000만개, 기업 지갑은 1884만개가 개설된 상태다.
중국의 제15차 5개년 계획(2026~2030년)에도 디지털 위안화를 점진적으로 발전시키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중앙은행 주도의 디지털 통화 체계를 국가 금융 인프라로 정착시키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중국은 민간 가상자산에 대해서는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인민은행은 지난해 11월 스테이블코인과 관련된 불법 금융 활동에 대해 강력한 단속 방침을 밝히며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중심의 질서를 명확히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