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문정은 기자] “국내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은 ICO(암호화폐 공개)를 못하는데, 자국민들은 해외 기업이 발행한 암호화폐를 거래하고 있다.”

7일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해시드라운지에서 재단법인 ‘여시재’ 주최로 열린 ‘블록체인 토크쇼’에서 국내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와 관련된 모순된 상황이 지적됐다.

유재수 부산광역시 경제부시장은 “정부가 국내 ICO는 금지하고, 전세계 모르는 누군가가 발행한 암호화폐가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에 상장되고, 이를 거래할 수 있는 현재의 국내 현상은 모순”이라고 강조했다. 암호화폐를 발행하고 관련 서비스를 내놓으려는 국내 기업의 ICO는 막아놓고, 해외 기업들이 발행한 암호화폐가 거래되는 현 상황이 아쉽다는 것이다.

이러한 모순적인 상황에 대해 김서준 해시드 대표는 “정부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한국은 블록체인 산업 ‘생산’ 국가가 아닌 ‘소비’ 국가로 동작하도록 강요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관련 미래 ‘가상’ 산업을 주도할 수 있는 기회를 잃을 수 있다는 안타까움도 언급됐다. 김서준 대표는 ‘자산’ 가치에 대해 “모든 자산은 커뮤니티가 얼마나 크고, 얼마나 강하게 통용되냐에 따라 그 자체 가치가 생성된다”고 설명했다. 비트코인 가치도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국경과 무관하게 중립적인 자산인 ‘비트코인’ 가치를 믿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이 사람들은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으로 여기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김 대표는 또 “비트코인과 함께 사회는 점점 게임, 유튜브 등 가상 경제 세계에 몰입하고 있고, 이러한 시장에서 발행되는 아이템 또는 암호화폐가 현실 세계와 당장 연결돼 있지는 않지만, 자산 가치를 인정하는 사람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점을 들어 유 경제부시장은 혁신 기업들을 위해 자금조달 수단인 ICO 채널을 열어주는 것이 국내 관련 산업을 위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부산 블록체인 규제 특구에서는 현 정부 기조에 맞춰 부산은행이 발행하는 스테이블 코인만 활용한다.

규제 완화 부분에 대해 업계는 암호화폐 발행 부분과 투자를 언급했다. 김 대표는 “국내 기업들이 한국에서 토큰을 발행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것과 국내 경쟁력 있는 투자사들이 암호화폐 관련 기업에 투자를 하도록 허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는 암호화폐 관련 투자가 전문 투자를 거치지 않아 오히려 악성 정보가 퍼지고 사건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형성 테라 대표는 기존 금융업과의 협업을 열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은행과 혁신해야 하는 프로젝트가 많은데, 현재로는 은행 계좌와 암호화폐 연결이 차단돼 있다”고 토로했다.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장은 최근 페이스북 리브라 소식이 알려지면서 정부 또한 암호화폐에 대해 다시 논의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페이스북 리브라 이후 블록체인 산업이 새로운 단계에 와 있는 상황에서, 정부도 초기 암호화폐에 대한 부정적 기조를 재판단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현 정부는 혁신 성장에 대한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특정 계기가 생기면 규제와 기관투자 등의 부분에 대해 다시 논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산시도 투자 의지를 내비쳤다. 유 부시장은 “블록체인 특구를 정부가 허가해줬다는 자체만 봐도 정부 자세가 굉장히 바뀌었다고 본다”며 “부산시를 포함 펀드사, 상업은행 등 금융 기관이 모여 블록체인을 지원할 수 있는 펀드 조성을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를 통해 투명한 시장을 열어 암호화폐 관련 부정적 이미지를 해소하는데 부산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