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심영재 특파원]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으로 자리 잡았다는 월가의 공감대에 균열이 생겼다. 가격 변동성보다 양자컴퓨팅이 가져올 장기적 보안 위협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며, 주요 기관 투자자들의 전략도 엇갈리고 있다.
월가에서는 16일(현지시각) 비트코인의 장기 생존성을 둘러싼 논쟁이 본격화됐다. 크립토슬레이트가 이날 보도한 바에 따르면, 제프리스(Jefferies)의 크리스토퍼 우드(Christopher Wood)는 양자컴퓨팅이 비트코인 암호 체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며 기존 포트폴리오에서 비트코인 비중을 전면 제거했다. 반면 ARK인베스트의 캐시 우드(Cathie Wood)는 기술적 불안을 과도하게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며 비트코인의 분산 투자 가치를 강조했다.
크리스토퍼 우드는 제프리스의 대표 전략 보고서 ‘그리드 앤 피어’를 통해 모델 포트폴리오에 포함돼 있던 비트코인 10% 비중을 모두 정리했다. 해당 자금은 실물 금 5%와 금광주 5%로 재배분됐다. 그는 양자컴퓨팅 발전이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암호 전제를 무너뜨릴 수 있는 ‘꼬리 위험’이라며, 연기금과 같은 장기 자금에는 감내하기 어려운 요소라고 설명했다.
기술 진영에서도 경고가 나온다. 찰스 에드워즈(Charles Edwards) 캐프리올(Capriole) 창업자는 업그레이드가 없을 경우 양자컴퓨터가 2~9년 내 비트코인 보안을 위협할 수 있으며, 특히 4~5년 구간의 가능성을 높게 봤다. 그는 현재를 ‘양자 이벤트 호라이즌’에 진입한 시점으로 규정하며, 공개키를 수집한 뒤 미래에 해독하는 ‘선수확보 후 해독’ 공격 가능성을 지적했다. 일부 추정에 따르면 400만BTC 이상이 과거 주소 형식이나 키 재사용 문제로 취약한 상태에 놓여 있다.
반면 디지털자산 운용사 그레이스케일은 양자 위협이 단기 가격을 좌우할 변수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장기적으로는 블록체인뿐 아니라 금융 시스템 전반이 포스트 양자 암호 체계로 전환해야 할 과제라는 설명이다. 안드레 드라고쉬(Andre Dragosch) 비트와이즈 유럽 헤드리서치는 역시 현재 기술 수준과 실제 공격 사이에는 큰 격차가 있다며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연산 규모는 현존 또는 가시적 미래의 양자컴퓨터가 따라오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ARK인베스트는 접근법이 다르다. 캐시 우드는 2026 전망 보고서에서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이 아닌 ‘상관관계가 낮은 수익 흐름’으로 재정의했다. 2020년부터 2026년 1월까지 주간 수익률 기준 분석에서 비트코인의 금과의 상관계수는 0.14, 채권과는 0.06에 그쳤다. 이는 포트폴리오 효율성을 높이는 분산 자산으로서 비트코인의 역할을 강조하는 근거로 제시됐다.
이처럼 논쟁의 초점은 비트코인이 안전자산인가를 넘어, 향후 양자 환경에서 합의와 업그레이드를 원활히 수행할 수 있는지로 이동하고 있다. 제프리스는 프로토콜 수준의 집단적 전환이 필요한 자산은 금과 같은 전통적 헤지와 다르다고 본다. 반대로 ARK는 변화 가능성을 내포하더라도 낮은 상관성과 비대칭적 상승 잠재력이 투자 논리를 뒷받침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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