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000억달러 투자하라
석유업계 CEO, 정부 보증 요청
트럼프의 저유가 정책도 걸림돌
[블록미디어 James Jung 기자] “투자하지 않을 거면 말하세요. 여러분들 말고도 25명의 석유회사 대표들이 밖에 있어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석유업계 CEO들이 9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공개 토론을 벌였다. 엑슨모빌 등 굴지의 석유회사 CEO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베네수엘라 투자 지침에 명쾌한 답을 하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회담에서 트럼프와 CEO들이 베네수엘라 투자에 시각차를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참석자들의 대화를 재구성했다.
트럼프 공격적 투자요구 vs 기업들의 신중론
트럼프 대통령: “미국 석유 기업들이 베네수엘라에 깃발을 꽂고 세계 최대 규모의 석유 매장지를 시추해야 합니다. 나는 여러분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및 가스 인프라 재건을 위해 최소 1000억달러(약 145조원)를 투자하기를 바랍니다.”
대런 우즈, 엑손모빌 CEO): “대통령님, 베네수엘라는 현재 상업적 프레임워크와 법적 체계, 탄화수소법에 중대한 변화가 없는 한 ‘투자 불가능(uninvestable)’한 상태입니다. 우리는 과거에 그곳에서 자산을 두 번이나 몰수당한 경험이 있습니다. 재진입을 위해서는 주주와 베네수엘라 정부 및 국민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윈-윈-윈’ 제안이 되어야 합니다.”
과거 손실에 대한 인식 차이
트럼프 대통령: “라이언 랜스 회장, 코노코필립스가 베네수엘라에 두고 온 자산이 얼마나 됩니까?”
라이언 랜스, 코노코필립스 CEO: “현재 저희는 베네수엘라의 최대 비국가 채권 보유자로, 약 120억 달러를 남겨두고 나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과거에 사람들이 잃은 것은 그들의 잘못이기 때문에 더 이상 돌아보지 않겠습니다. 여러분은 앞으로 많은 돈을 벌게 될 것이지만, 우리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을 것입니다.”
(기업들은 2007년 베네수엘라 정부의 석유산업 국유화 당시 몰수된 자산을 트럼프 행정부가 책임지고 보상해준다는 말을 기대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일축한 것.)
정부의 보장 요구하며 기업 투자 확답 회피
트럼프 대통령: “우리 정부가 보안 보장을 제공하겠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들어가고 싶지 않다면 제게 말씀하십시오. 여러분의 자리를 대신할 다른 25명이 밖에서 대기하고 있습니다.”
해럴드 햄, 컨티넨탈 리소시스 회장: “베네수엘라 탐사에 대해서는 열정적으로 생각합니다만, 그 나라는 여전히 많은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트럼프의 측근인 해럴드 햄조차 즉각적인 투자 약속은 하지 않았다.)
마크 넬슨, 셰브론 부회장: “현재 쉐브론은 베네수엘라 내 4개 합작법인을 통해 하루 24만 배럴을 생산 중이며, 생산량을 비교적 빠르게 늘릴 수 있습니다. 미국 에너지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주신 리더십에 감사드립니다.”
(셰브론은 미국 재무부의 특별 허가를 받아 마두로 정권하에서도 베네수엘라와 사업을 하고 있었다. 이번 사태의 최대 수혜 기업으로 부상했다.)
적극적인 동참 의사를 밝힌 기업
트럼프 대통령: “힐코프(Hilcorp)는 베네수엘라에 갈 것입니까?”
제프 힐데브란드, 힐코프 회장: “네, 그렇습니다. 저희는 베네수엘라의 인프라 재건을 위해 전적으로 헌신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힐코프는 이번 회담에서 현재 베네수엘라에 활동하지 않는 기업 중 드물게 명확한 투자 의사를 밝힌 곳 중 하나다.)
트럼프의 저유가 정책도 문제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를 미국 석유 기업들이 즉시 점령해야 할 기회의 땅으로 보고, 행정부의 물리적 보안 지원을 담보로 조 단위의 빠른 투자를 압박했다.
트럼프는 유가를 배럴당 50달러까지 낮추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이같은 저유가 정책은 기업 입장에서 투자 수익성을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다. 천문학적인 투자비를 감당하라는 요구와 유가를 낮추라는 요구가 충돌하는 모양새다.
기업 경영진들은 보안뿐만 아니라 법적·상업적 안전장치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과거 국유화로 인한 막대한 손실을 경험한 엑손모빌과 코노코필립스는 기술팀 파견 등 신중한 단계를 밟으려 하며, 정부의 막연한 지원보다는 구체적인 법적 프레임워크의 개편을 요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