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오수환 기자] 이달 중 디지털자산 기본법 정부안 발의가 유력한 가운데 금융당국이 마련 중인 정부안 초안에 ICO 허용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그림자 규제로 인해 국내 기업들이 해외로 우회하는 등 경쟁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정부가 산업 공백을 해소하고 혁신 자금 조달 기능을 정상화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마련 중인 정부안 초안에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제도권 편입 △해외 스테이블코인의 국내 유통 요건 구체화 △국내 ICO 허용 방안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법안이 향후 국회를 통과할 경우 발행 주체와 유통 기준, 공시 책임 등이 제도적으로 정비되면서, 그간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디지털자산 시장이 기존 금융 규율 체계 안으로 포섭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ICO와 관련해 금융위는 충분한 정보공개를 전제로 국내 디지털자산의 발행·판매를 허용하고, 해외에서 발행된 뒤 국내에 간접 상장되는 관행을 개선하는 방향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충분한 정보공개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그간 해외 법인을 설립해 국내로 우회 유통하는 방식이 관행처럼 굳어져 온 만큼 이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규제 부재 속 기업들 해외로 이탈⋯
실제로 국내 ICO가 금지되면서 싱가포르와 두바이 등지에 현지 법인을 설립해 코인을 발행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정상적인 규제 체계가 부재한 상황에서 발행과 유통이 이뤄지다 보니 불확실성이 커졌고, 발행자와 투자자 간 정보 비대칭이 심화되면서 오히려 투자자 보호가 취약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한 웹3 기업 임원은 “발행은 해외에서 이뤄지지만 실제로 코인이 유통되고 현금화되는 곳은 국내 거래소”라며 “발행 단계에 대한 규제는 부재한 반면 유통 단계에서는 거래소의 자율 규제에만 의존하다 보니, 프로젝트의 실체나 자금 사용처에 대한 투명성을 담보하기 어렵고 투자자들이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뿐만 아니라 디지털자산 사업자 역시 불확실한 규제 환경에 따른 부담을 안고 있다. 해외 주요 국가들이 발행 단계부터 공시·책임 구조를 제도화하며 예측 가능한 사업 환경을 마련한 것과 달리, 국내에서는 명확한 법적 기준이 부재해 합법적인 자금 조달 창구가 막혀 있고, 이로 인해 사업 추진과 성장 전략 수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규제로 인해 해외에 법인을 세운 프로젝트 관계자 A씨는 “해외에 법인을 두고 있더라도 개발과 운영 인력이 국내에 있는 경우, 우회 발행이나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해석될 수 있을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상존한다”며 “명확한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 보니 합법적인 영업 활동의 범위를 판단하기 어렵고, 그 결과 준법 관리와 법률 검토에 많은 비용이 투입돼 기술 개발에 집중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해외선 지분·토큰 결합한 조달 모델 확산
특히 최근 해외에서는 토큰을 활용해 지분과 토큰 권리를 결합한 규제 적합형 자금 조달 방식을 설계하는 등 다양한 활용 모델이 확산되고 있다. 예를 들어 탈중앙화 클라우드 인프라를 개발하는 아카시 네트워크(Akash Network)는 초기 단계에서 미래 지분 인수 계약(SAFE)과 향후 토큰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결합한 방식으로 벤처캐피털(VC) 투자를 유치했다.
투자자에게는 이후 토큰이 발행될 경우 할인된 가격으로 토큰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한편, 토큰 발행 시점과 락업·베스팅 조건을 계약에 명확히 명시해 증권 규제와 시장 상황을 고려한 유연한 발행 일정을 설계한 것이다.
박혜진 서강대학교 대학원 AI·디지털자산 주임교수는 “지분 투자만으로는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가치를 온전히 반영하기 어렵다”며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회사의 재무 성과보다 토큰이 형성하는 생태계의 활성도와 시장 평가가 가치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를 반영할 수 있는 복합적인 자금 조달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토큰을 활용해 커뮤니티 참여를 유도하는 동시에 글로벌 투자 수요를 흡수하는 방식이 자리 잡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ICO가 제도적으로 도입될 경우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자금 조달 방식과 사업 모델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박 주임교수는 “적절한 규제 준수 아래 발행된 토큰은 2~3년 내 거래소에 상장돼 기업에는 성장의 마중물이 되고, 투자자에게는 비교적 빠른 회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며 “스타트업 입장에서도 자금 조달과 사업 확장 측면에서 다양한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금융위는 “현재 디지털자산 기본법의 주요 내용에 대해 관계기관과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아직 확정된 내용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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