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명정선 기자] 일본 국채시장이 새해 벽두부터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재정 지출 확대와 인플레이션 압력이 동시에 부각되며 장기물 중심으로 매도세가 쏟아졌고 10년물 금리는 20여 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방위비 증액을 핵심으로 한 대규모 예산 편성이 장기 재정 부담으로 인식되면서 국채시장 전반에 긴장감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5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일본 국채 시장에서 10년물 국채 금리는 장중 한때 5bp 상승한 2.12%까지 오르며 199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20년물과 30년물 등 초장기물 금리도 동반 상승하며 수익률 곡선은 빠르게 가팔라졌다.
이번 금리 급등은 미국 장기 국채 약세의 영향이 일본 시장으로 확산된 데 따른 측면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 행정부 출범 이후 국방비 지출 확대 가능성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되며 미국 장기물 매도세가 강화됐고 이 여파가 글로벌 채권시장 전반으로 번졌다. 일본 역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정부가 방위비를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릴 계획을 밝히면서 장기 재정 부담에 대한 경계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각의에서 승인된 122조3000억엔 규모의 예산안에는 방위비 확대 기조가 뚜렷하게 반영됐다.
엔화 약세가 이어지고 있는 점도 국채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엔화는 2025년 달러 대비 상승률이 1%에도 미치지 못하며 4년 연속 약세 흐름을 지속했다. 이에 따라 일본은행이 물가 상승 압력을 제때 억제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며 장기 금리 상방 압력이 강화되고 있다.
마쓰오 유스케 미즈호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시장 참가자들이 다카이치 행정부의 정책 기조에서 리플레이션 성향을 감지하는 한 장기 국채 금리는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4월 시작되는 새 회계연도부터 재무성이 초장기물 국채 발행을 줄일 계획이어서 일부 금리 상승 압력은 완화될 여지도 있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6일 예정된 10년물 국채 입찰을 앞두고 관망 심리도 짙어지고 있다. 금리 수준이 크게 오른 만큼 신규 발행물에 대한 저가 매수 수요가 유입될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대응이 여전히 늦다는 인식이 강해 분위기 반전은 쉽지 않다는 평가다.
쓰루타 게이스케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 수석 채권 전략가는 “일본은행이 물가 흐름에 뒤처져 있다는 우려가 해소되지 않는 한 국채시장이 뚜렷한 강세로 전환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