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오수환 기자]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원내대표직을 내려놓으면서, 원내대표 직속으로 운영돼 온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의 향후 운영에 불확실성이 제기되고 있다.
법안 논의가 막바지에 접어든 시점에서 정부 부처 간 이기주의를 제어해야 할 TF가 표류할 조짐이다. 김병기 체제에서 출범한 TF가 새로운 원내대표 선출 전에 디지털자산법을 졸속으로 처리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김병기 사퇴에 졸속 일법 우려⋯금융위·한은 조율 가속
민주당의 리더십 공백 국면을 틈타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이 각자의 입장을 반영한 법안을 추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TF 내부에서도 정부안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입법 절차를 서둘러 마무리하려는 기류가 감지된다.
31일 정치권에 따르면 디지털자산 기본법을 둘러싼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 간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법 취지와 어긋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정부안이 TF 소속 민주당 의원들에게 배포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안에 정통한 정치권 관계자는 “금융위 권대영 부위원장이 최근 민주당 디지털자산 TF 및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일부 의원들을 상대로 비공개 설명회를 열고 법안 내용을 공유했다”고 말했다. 금융위가 마련한 안에는 한국은행이 주장해 온 은행 주도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하는 대신, 한은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하는 절충안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한은은 은행이 51%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컨소시엄에 한해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하고, 관계 기관 전원 합의를 발행 요건으로 요구해왔다. 금융위는 전원 합의를 협의로 완화하는 대신 지분 요건을 수용하는 방안을 제시한 셈이다. 금융위의 이 같은 입장 변화는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조율이 반영된 결과로 전해진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해시드 오픈 리서치 대표 재직 당시에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 활성화에 비교적 적극적인 입장을 보였으나, 청와대 합류 이후에는 디지털자산 제도 정비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과 ICO 등 디지털자산 제도화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다. 그럼에도 금융위원회는 최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한 새해 업무 계획에서 관련 정책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부처 간 의견 조율 과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금융위와 한은의 시각 차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김병기 의원이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나자, 금융위 타협안을 토대로 새 원내대표 선출 이전에 TF가 법안을 서둘러 정리해야 한다는 기류가 일부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타협안에는 김 정책실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안다”고 언급했다.
이 과정에서 당초 정부안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디지털자산 거래소 지배구조 개편 내용이 새롭게 담기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거래소 대주주 지분 15% 제한 검토… 지배구조 규제안 논란
금융위원회가 민주당 의원들에게 배포한 안에 따르면 대형 거래소의 독과점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주주 1인의 지분을 15% 이하로 제한하는, 대체거래소 수준의 소유 분산 기준 도입이 검토되고 있다. 이 기준이 적용될 경우 업비트와 빗썸 등 국내 주요 거래소는 대주주 지분을 매각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차상진 법률사무소 비컴 변호사는 “기존 사업자에게 사후적으로 지분 분산을 강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해외 주요 디지털자산 거래소들도 지분 분산 요건을 두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강제적인 지분 제한은 오히려 ‘주인 없는 회사’를 만들고 관치금융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지배구조 규제가 디지털자산 산업 육성을 목표로 하는 기본법의 취지와 맞지 않고, 국내 거래소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금융당국이 이 시점에 지배구조 문제를 전면에 내세운 배경을 두고, 거래소 관리·감독 체계를 강화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스테이블코인 자본금 요건 250억 상향… 진입 장벽 과잉 우려
정부 안에는 또 스테이블코인 발행인의 자본금 요건을 50억원 이상, 최대 250억원까지로 올리는 방안도 들어있다.
차 변호사는 “법률에서 진입장벽을 250억원으로 못 박는 것은 곤란하다”며 “이는 은행법상 지방은행이나 전자증권법상 전자등록기관의 진입 규제보다도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250억원으로 법률에 명시되면, 이후 시행령에서 이를 완화하는 것이 사실상 어려워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디지털자산 업계는 김병기 체제가 만든 TF에서 졸속 입법을 할게 아니라, 정부안에 숨겨진 독소 조항을 꼼꼼하게 살핀 후 국회가 입법 주체로서 제대로 역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디지털자산 업계는 김병기 체제에서 출범한 TF가 시한에 쫓겨 입법을 추진하기보다, 정부안에 포함된 쟁점 조항을 면밀히 검토한 뒤 국회가 입법 주체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한 관계자는 “오는 1월11일 민주당의 새 원내대표가 선출되면 TF를 재정비하고, 국회 중심의 혁신적인 디지털자산 기본법을 만들어야 한다”며 “이미 탄력을 잃은 민주당의 기존 TF가 시간에 쫓기든 기본법을 발의한다면 시장에 오히려 큰 혼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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