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자 거래 규제의 관점에서 본 예측 시장의 미래
[블록미디어 강태정 기자] 전통 금융에서 내부자 거래는 단순한 불공정 행위를 넘어, 시장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구조적 위험 요소로 간주된다. 주식 시장에서 미공개 중요정보(MNPI)를 이용한 거래가 전 세계적으로 엄격히 금지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금융 규제의 출발점은 언제나 같다. 정보 접근 지위와 거래 행위가 결합될 때, 시장은 공정성을 잃는다는 인식이다.
중요한 점은 직원이 개인적으로 매매를 했다는 사실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범죄가 성립하는 지점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지위가 거래로 연결되는 순간이다. 이를 막기 위해 전통 금융은 블랙아웃 기간 설정, 사전 거래 승인 제도, 10b5-1 플랜, 제한 종목 리스트 운영, 내부자·준내부자 범주화 등 복잡한 통제 장치를 발전시켜 왔다. 이 모든 제도는 하나의 전제를 공유한다. 누가 내부자인지를 식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가상자산 거래소는 이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구조를 택했다. 한국의 경우, 특금법 시행령은 가상자산사업자에게 임직원이 자사 플랫폼에서 가상자산을 거래하지 못하도록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시행할 것을 요구한다. 업비트는 이를 내부 통제로 명문화해 임직원의 자사 거래를 전면 금지했고, 외부 거래소 이용 역시 신고와 보고 대상으로 관리하고 있다. 일부 사례에서는 배우자와 가족 계정까지 관리 범위에 포함된다. 이는 불공정 거래를 적발해 처벌하는 방식이 아니라, 불공정 거래 가능성 자체를 사전에 제거하는 구조에 가깝다.
해외 거래소 역시 유사한 방향을 취하고 있다. 바이낸스는 임직원에게 90일 노 트레이딩, 선물 거래 금지, 상장 정보 접근자의 해당 자산 매매 금지 규정을 적용하고 있으며, 바이빗 등 다른 거래소들도 내부자 정보 이용 금지를 명시하고 있다. 이로써 가상자산 시장은 이미 정보 접근자는 거래 제한 대상이 된다는 원칙을 제도적으로 수용한 상태다.
이 지점에서 예측시장이 등장한다.
자산이 아닌 사건을 거래하는 시장, 예측시장의 등장

예측시장은 기존 금융이나 가상자산 시장과 구조적으로 다르다. 예측시장에서 거래의 대상은 자산이 아니라 사건이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결과라기보다, 시장 참여자들이 보유한 정보가 집약된 표현에 가깝다. 기술적 분석이나 거래량 분석은 큰 의미를 갖지 않으며, 누가 더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지가 곧 수익으로 직결된다. 예측시장은 정보 비대칭을 제거하는 시장이 아니라, 정보 비대칭을 수익화하는 시장이다.
이 점에서 예측시장은 전통 금융이 수십 년간 억제해 온 바로 그 요소를 시장 메커니즘의 중심에 놓는다. 크립토와 웹3 씬에서 예측시장이 퍼프덱스 이후의 차세대 섹터로 거론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예측시장은 웹2 환경에서는 성립하기 어려운, 크립토 네이티브한 디앱이기 때문이다.
내부자 거래를 정의할 수 없는 시장
그러나 바로 이 지점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예측시장에서는 내부자 거래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질문조차 명확한 답을 갖기 어렵다. 누가 내부자인지, 무엇이 내부 정보인지, 언제부터 내부자인지, 그리고 어느 사건에 대해 거래 제한을 적용해야 하는지를 정의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프로젝트 A의 코어 개발자는 프로젝트 A 토큰의 FDV, 에어드랍 일정, 상장 여부에 대한 예측 시장의 내부자인가라는 질문이 성립한다. 그렇다면 DAO 멤버는 내부자인가. 파트너사 직원은. 외주 개발자는. 이러한 관계와 정보 접근성을 현재의 블록체인 시스템에서는 지갑 단위로 식별할 수 없다. KYC 역시 신원을 증명할 뿐, 개인의 소속 프로젝트나 정보 접근 권한, 내부 회의 참여 여부까지 검증하지는 못한다.

위 사례는 2025년 12월 16일자 라이터 에어드랍 날짜를 둘러싼 폴리마켓이다. 에어드랍 일정은 프로젝트 내부 관계자가 아니라면 확신을 갖기 어려운 정보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 사이 라이터의 에어드랍 날짜에 대한 베팅이 12월 29일에 48퍼센트까지 집중됐다는 점은, 누군가 해당 정보를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게 만든다.
가격이 여론이 되는 구조, 정보 인프라의 왜곡 가능성
예측시장의 또 다른 문제는 가격 형성 자체가 여론을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폴리마켓에서 특정 사건의 확률이 70%로 형성돼 있다”는 정보는 시장 참여자에게 사실상 정답에 가까운 신호로 인식된다. 이 확률은 다시 행동과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고래는 자금력을 통해 확률을 인위적으로 움직일 수 있고, 내부자는 정보 우위를 바탕으로 초기 확률 형성 단계에서 수익을 독점할 수 있다. 일반 참여자들은 이러한 결과를 집단 지성의 산물로 오인한다. 이는 단순한 베팅의 문제가 아니라, 정보를 생성하는 인프라 자체가 조작될 수 있다는 문제다.

위 사진은 2025년 12월 17일자 라이터 에어드랍 일정과 관련된 폴리마켓이다. 전날까지만 해도 12월 29일에 에어드랍이 진행될 것이라는 베팅은 48퍼센트에서 24퍼센트로 하락했다. 이후 하루 사이 “2025년 내로 에어드랍을 진행하지 않는다”는 선택지가 45퍼센트까지 급등했다. 이 변화를 지켜본 시장 참여자들의 인식 역시 “라이터가 2025년 안에 에어드랍을 한다”에서 “2025년에는 에어드랍을 하지 않는다”는 방향으로 빠르게 전환됐다.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
예측시장을 둘러싼 내부자 거래 문제에 대해, 그동안 몇 가지 해결 방안이 반복적으로 제시돼 왔다. 대표적인 접근은 칼시처럼 상장 가능한 이벤트의 범위를 제한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칼시는 예측시장을 ‘이벤트 계약’이라는 파생상품으로 재정의하고, 내부자 정보가 개입될 가능성이 있는 사건을 구조적으로 배제함으로써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규제 체계 안으로 들어갔다. 공식 통계와 명확한 결산 기준이 존재하는 정치, 스포츠, 경제 지표 중심의 이벤트만을 상장함으로써 내부자 거래 문제가 발생할 여지를 최소화했다.

그러나 이 방식은 예측시장의 문제를 해결했다기보다, 예측시장의 범위를 대폭 축소한 결과에 가깝다. 크립토, 기술, 프로젝트 진행 상황, 기업 의사결정과 같이 정보 비대칭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영역은 상장 대상에서 모두 제외된다. 이 모델은 제도권 편입이라는 목표는 달성할 수 있지만, 정보가 가격으로 전환되는 시장이라는 예측시장의 본질은 남지 않는다.
또 다른 접근은 블록체인의 투명성을 활용해 사후적으로 내부자 거래를 적발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모든 거래 기록이 공개되는 만큼 온체인 분석을 통해 의심스러운 거래 패턴을 추적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는 사후 감시에 불과하다. 예측시장에서는 무엇이 내부자 거래인지조차 명확히 정의되지 않기 때문에, 적발 이후 처벌의 주체와 기준 역시 성립하기 어렵다. 블록체인은 거래 기록을 남기는 도구일 수는 있지만, 누가 내부자인지를 판별해 주는 시스템은 아니다.
KYC를 강화하거나 직업과 소속을 사전에 신고하도록 하는 방안 역시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예측시장의 글로벌성과 개방성을 근본적으로 훼손한다. 모든 이벤트마다 “당신은 이 사건의 내부자인가”를 확인해야 하는 순간, 예측시장은 사실상 작동하기 어려워진다. 더 나아가 DAO 멤버, 커뮤니티 기여자, 파트너사 직원, 외주 인력과 같은 회색 지대를 일관되게 분류할 기준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남는 결론은 하나다. 예측시장은 내부자 거래를 막지 못하는 시장이 아니라, 내부자 거래라는 개념 자체가 성립하기 어려운 시장이다. 칼시는 이를 회피했고, 폴리마켓은 이를 감수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CFTC는 예측시장을 이벤트 계약이라는 파생상품 범주로 편입했지만, 규제의 초점은 결산과 청산에 있을 뿐 내부자 정보 이용을 직접 통제하지는 않는다. 유럽과 아시아에서는 예측시장을 도박 또는 유사 도박으로 분류하는 경우가 많으며, 특히 한국에서는 파생상품 규제, 가상자산 규제, 도박 규제가 동시에 적용돼 예측시장이 어느 틀에도 깔끔히 들어가지 않는다. 이로 인해 예측시장은 가상자산보다 훨씬 높은 제도화 난이도를 갖는다.
예측시장은 규제 대상이기 전에, 정보 시장이다
결론적으로 예측시장이 지금의 형태 그대로 제도권에 들어가기는 쉽지 않다. 누가 내부자인지 명확히 정의하기 어렵고, 이를 식별하거나 정보 접근을 통제할 현실적인 방법도 없기 때문이다. 이런 통제를 강하게 적용하는 순간, 예측시장의 핵심인 개방성·속도·표현력은 크게 훼손된다.
하지만 이것이 곧 예측시장의 한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예측시장은 기존 금융 규제가 전제로 삼아 온 질서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시장일 가능성을 보여준다. 가상자산이 자산을 거래하는 시장이라면, 예측시장은 정보와 믿음, 그리고 확신이 거래되는 시장에 가깝다. 정보는 정의하기도 어렵고, 소유를 증명하기도 힘들며, 통제하려는 순간 그 가치가 줄어든다. 이 때문에 예측시장은 규제 입장에서 가장 다루기 어려운 영역이 된다.
그럼에도 예측시장이 갖는 의미는 분명하다. 예측시장에서 누군가 큰 금액을 베팅한다는 것은 단순한 투기라기보다, 그 방향에 대한 강한 확신을 드러내는 행위다. 만약 어떤 사건의 확률이 6대4에서 8대2로 움직였다면, 이는 누군가가 추가적인 정보나 판단을 바탕으로 위험을 감수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이후 다른 참여자가 이 흐름을 참고해 합리적인 판단을 내린다면, 그 과정 자체가 정보 전달과 가격 발견의 역할을 수행하는 셈이다.
이렇게 보면 예측시장에서 내부자의 존재는 반드시 시장을 망치는 요소라고만 보기는 어렵다. 내부자 정보가 가격에 반영되는 과정은 불완전하지만, 동시에 정보가 시장을 통해 외부로 퍼지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이는 전통 금융이 철저히 억제해 온 내부자 거래와 충돌하지만, 정보 시장이라는 관점에서는 일정 부분 기능적으로 작동할 여지도 있다.
물론 보상이 주어지는 구조에서 내부자 거래를 그대로 허용하는 것은 쉽지 않다. 특정 집단이 반복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한다면 시장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 그래서 예측시장은 ‘내부자 거래를 허용할 것인가, 막을 것인가’라는 단순한 질문으로 접근하기보다, 정보가 어떻게 가격으로 반영되고 그 과정이 어떤 신호를 만들어내는지를 새롭게 바라볼 필요가 있는 시장에 가깝다.
예측시장이 제도권으로 들어올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하나다. 예측시장은 규제의 사각지대가 아니라, 규제 철학 자체를 시험하는 시장이라는 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