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테이블코인, AI에이전트와 결합해 '인터넷이 은행이 되는 시대'를 열게 된다
– RWA, 토큰화 단계에서 벗어나 온체인에서 자체 발행되는 자산으로 거듭난다
– 프라이버시를 내재화한 네트워크만이 살아남는다
[블록미디어 함지현 기자] 벤처캐피털 안드레센 호로위츠 크립토(a16z crypto)가 2026년을 기점으로 실물자산(RWA)과 스테이블코인이 단순한 토큰화 단계를 넘어 인터넷의 핵심 결제·정산 인프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했다. 향후 결제·금융 구조 전반에서 디지털자산(가상자산) 친화적인 전환이 본격화되면서 고액 자산가의 점유물이던 ‘능동적 자산 관리’ 패러다임이 대중에게로 확산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올해 지캐시(ZEC)의 폭발적 상승으로 화두에 오른 ‘프라이버시’가 디지털자산 생태계의 경쟁력이자 해자(moat)가 될 것으로 강조했다.
스테이블코인, 은행 혁신의 중심에 서다
a16z가 지난 11일(현지시각)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과 인공지능(AI) 에이전트 서비스가 인터넷 자체가 은행이 되는 시대를 열게 될 전망이다.
스테이블코인은 지난해 약 46조달러 규모의 거래량을 기록하며 페이팔의 20배, 비자(Visa)의 약 3배에 달하는 결제 흐름을 처리했다. 현재 스테이블코인은 1초 이내, 1센트 미만의 비용으로 송금이 가능하지만, 일상 금융과 연결되는 온·오프램프 인프라는 여전히 핵심 과제로 남아 있다.
제러미 장 a16z 크립토 엔지니어링 팀은 “차세대 스타트업들이 스테이블코인을 지역 결제망, 실시간 결제 레일, 카드 네트워크와 연결하며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며 “2026년에는 스테이블코인이 틈새 금융 도구가 아니라 인터넷의 기본 정산 레이어로 작동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샘 브로너 a16z 소속은 스테이블코인이 노후화된 은행 전산 시스템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우회적으로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전 세계 금융자산의 대부분은 여전히 수십 년 된 은행 핵심 원장(Ledger) 위에 존재한다”며 “스테이블코인과 토큰화된 예금·국채는 기존 시스템을 전면 교체하지 않고도 새로운 금융 상품을 가능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a16z는 스테이블코인 확산에 AI 에이전트의 대규모 등장이 더해지면서 결제가 인터넷의 기본 기능으로 들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크리스천 크롤리와 피어스 카볼스(a16z 고투마켓 팀)는 “스마트컨트랙트 기반 결제는 에이전트 간 데이터, 연산, 서비스 대가를 실시간으로 정산하는 표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은행에 가거나 은행 앱을 열지 않고도 인터넷에서 손쉽게 금융 서비스를 접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신흥국 국채, 온체인으로 발행된다…개인도 자산관리하는 시대 열려
a16z는 은행·핀테크·자산운용사들이 주식, 원자재, 지수 등을 온체인으로 옮기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현재 방식은 기존 금융을 그대로 옮긴 스큐어모픽(skeuomorphic)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가이 울렛 a16z 크립토 제너럴 파트너는 “2026년에는 단순 토큰화보다 무기한 선물(perps) 등 디지털자산 고유의 시스템이 RWA 시장에서 더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특히 신흥국 주식과 같은 자산은 무기한 선물화(perpification)를 통해 더 높은 유동성과 단순성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스테이블코인과 RWA에서 중요한 변화는 ‘토큰화’가 아니라 ‘온체인에서의 자산 발행(origination)'”이라며 “부채와 신용 자산은 오프체인에서 만들어 옮기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온체인에서 발행돼야 비용과 접근성이 개선된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2026년이 ‘전 국민 자산관리 시대’의 원년이 될 전망이다. 매기 쉬는 “토큰화된 채권·주식·대체자산과 AI 기반 자산 배분이 결합되면서, 고액자산가 전유물이던 능동적 자산관리가 대중화될 것”이라며 “핀테크와 중앙화 거래소, 디파이 금고가 결합된 새로운 부의 축적 플랫폼이 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프라이버시 내재화한 네트워크만이 살아남는다
a16z가 스테이블코인·RWA에 이어 내년도 주요 키워드로 꼽은 것은 ‘프라이버시’다. 성능과 수수료 경쟁이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프라이버시를 내재화한 블록체인만이 장기적인 네트워크 효과와 사용자 락인(lock-in)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알리 야히야 a16z 크립토 제너럴 파트너는 “프라이버시 체인에서는 사용자가 한 번 들어오면 노출 위험 때문에 쉽게 떠나지 않는다”며 “이는 퍼블릭 체인과 달리 승자독식 구조를 만들어낸다”고 강조했다. 범용 체인의 경우 생태계·킬러앱·분배 우위가 없다면 충성도를 기대하기 어렵지만, 프라이버시는 그 자체로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를 형성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퍼블릭 블록체인 환경에서는 브릿지 프로토콜을 통해 체인 이동이 쉽지만, 프라이버시가 적용되는 순간 상황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토큰 이동은 쉽지만, ‘비밀(secrets)’을 이동시키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체인 간 이동 과정에서 거래 시점, 규모 등 메타데이터가 노출되면 사용자 추적 가능성이 급격히 높아진다.
비밀을 보호하기 위한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들도 대거 등장할 전망이다. 대표적으로 ‘시크릿-애즈-어-서비스(secrets-as-a-service)’가 있다. 아데니이 아비오둔 미스틴 랩스(Mysten Labs) 공동창업자 겸 최고상품책임자(CPO)는 “기관들은 더 이상 ‘신뢰 기반(best-effort trust)’이 아니라 ‘암호학적 보장’을 원한다”며 “온체인에서 누가, 언제, 어떤 조건으로 데이터를 복호화할 수 있는지 강제하는 네이티브 데이터 접근 제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프라이버시를 애플리케이션 수준의 옵션이 아닌, 인터넷의 기본 인프라로 끌어올리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메시징 서비스에서도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탈중앙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셰인 맥 XMTP Labs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서버가 존재하는 한 정부나 기업은 언제든 이를 차단·압박·백도어화할 수 있다”며 “메시징의 미래는 단일 서버·단일 앱이 없는 탈중앙 네트워크”라고 말했다. 그는 “오픈소스 코드와 강력한 암호화, 블록체인 기반 경제적 인센티브를 결합한 구조에서만 사용자가 메시지와 정체성을 직접 소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보안 패러다임이 전환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박대준 a16z 크립토 엔지니어링 팀은 최근 디파이 해킹 사례를 언급하며 “기존의 감사·테스트 중심 보안은 한계에 도달했다”며 “앞으로는 개별 버그만 검증할 것이 아니라 시스템 전체의 불변 조건(invariant)을 증명하고, 이를 런타임에서 강제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코드는 법(code is law)’에서 ‘스펙이 법(spec is law)’으로 이동하는 과정”이라며 “실제로 대부분의 과거 해킹은 이러한 불변 조건 검증 단계에서 차단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스펙(spec)은 코드를 작성하기 전에 기능, 목적, 구조 등을 명확히 정의한 사양서를 의미한다.
종합적으로 a16z는 디지털자산 산업이 단순한 퍼블릭 결제 네트워크를 넘어 실물 금융과 일상 커뮤니케이션을 흡수하는 기반 인프라로 진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 과정에서 프라이버시는 선택 기능이 아니라, 향후 시장 지형을 결정짓는 핵심 축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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