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경 블록체인 칼럼니스트] 블록체인 금융 규제 샌드박스를 비롯해 블록체인 특구에 참여하는 사업자에 블록체인 기반 신원증명 방식(Decentralized Identity, DID*)을 활용한 주요 사업자들이 포함됐다. 기존에 신원증명 사업을 했던 사업자를 중심으로 컨소시엄 또는 컨소시엄 블록체인을 구축하려는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기업들은 왜 신원증명 방식에 참여하려고 하는 것일까.

이에 답하기에 앞서 비대면 실명 인증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블록체인 기반 신원증명 방식이 비대면 실명 인증과 연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금융실명제 도입 이후 금융회사 직원이 고객의 실명을 대면 확인하는 것이 원칙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최근 핀테크 발전 추세와 해외 사례 등을 고려해 비대면 실명확인을 허용하는 방안이 공식 발표됐다.

현재 비대면 실명 확인 방법은 이중 확인의 필수 사항과 다중 확인의 권고 사항으로 나뉜다. 필수 사항은 ①신분증 사본 제출 ②영상통화 ③접근 매체 전달 시 확인 ④기존 계좌 활용 ⑤기타 이에 준하는 새로운 방식(바이오인증) 중 2가지가 의무로 적용되며, 권고 사항은 ⑥타기관 확인결과 활용(휴대폰 인증 등) ⑦다수의 개인정보 검증까지 포함하여 복수의 방식을 허용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 도입되고 있는 카드 본인 확인 서비스 등 비대면 실명 인증 수단은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정책 브리핑 홈페이지 캡쳐화면(국무조정실 보도자료 : 규제 샌드박스 시행 6개월)

여기에 지난 6월, 비대면 실명 인증 수단에 블록체인 분산 ID 신원확인 방식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됐다. 또 지난 16일 국무조정실이 배포한 보도자료에 DID가 다시금 언급되는 등 DID 신원 확인 방식에 정부가 어느 정도 긍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정부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철저히 분리해 관리하면서 블록체인 사업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취해왔다. 기업들이 블록체인 담당 부서를 신설하고도 쉬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정부가 DID 신원확인 방식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하면서 기업들이 블록체인 관련 사업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비대면으로 진행됐던 많은 부분에 DID를 적용할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정부가 블록체인 적용에 대한 ‘묵시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기 때문이다. 비대면 실명 확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기업들이 바로 블록체인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셈이다.

기업이 합법적으로 블록체인 사업을 하고 있는 다른 기업들과 다양한 분야에서 협업을 추진하면 블록체인 사업 확장에 대한 명분을 확보할 수 있다. 블록체인 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털어내는 것은 덤이다.

때문에 이를 기회로 컨소시엄 블록체인 생태계를 조성하려는 시도가 잦아지고, 참여하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블록체인 사업과 관련해 대부분 기분이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시장을 선정하기 위해서는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된다.

더욱이 올해부터 정부가 250억원 이상 규모의 공공 블록체인 사업을 추진하면서 사업효과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은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로 작용한다. 비대면 인증을 기본으로 하는 블록체인 신원증명 사업에 기업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 아닐까 싶다.

*DID는 기술적인 측면에서 Decentralized Identifier로 사용되고 있으나 마케팅적 측면에서 사용자들이 좀 더 직관적으로 알 수 있도록 Decentralized Identity로 병행 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