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오수환 기자] 정부가 디지털자산(가상자산) 거래정보를 신용정보로 분류하는 시행령 개정을 추진한다. 자금세탁방지(AML)와 금융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디지털자산 시장을 제도권 금융 데이터 체계로 편입하려는 조치다. 다만 자기자본을 이용한 투자행위까지 신용정보로 취급할 경우, 투자자 불이익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하고, 디지털자산 거래정보를 신용정보 범위에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개정안 제2조 제7항 제7호에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 따른 디지털자산 거래정보를 신용정보 범위에 포함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거래소가 보유한 고객 거래정보를 종합신용정보집중기관에 제공할 법적 근거가 마련되며, 향후 신용평가 반영 가능성도 열렸다.
금융위 ‘디지털자산도 신용정보 체계 안으로’
금융위는 의견 수렴을 거쳐 규제심사와 법제처 심사를 마친 뒤 국무회의에서 최종 의결할 계획이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국내 디지털자산 거래소인 업비트, 빗썸 등 가상자산사업자(VASP)도 은행이나 카드사처럼 신용정보를 제공·활용할 수 있는 ‘신용정보제공·이용자’ 범주에 포함된다. 이에 따라 전통 금융권에만 허용됐던 신용정보의 수집·활용 체계에 가상자산사업자도 참여하게 된다. 거래소는 고객의 거래내역을 신용정보원에 제공하고, 금융권의 신용정보를 활용해 본인확인(KYC)이나 자금세탁방지(AML) 절차를 강화할 수 있다.
금융위는 이번 개정의 취지에 대해 “가상자산사업자에게 신용정보법상 의무를 부여함으로써 개인정보 보호와 정보관리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가상자산사업자가 사실상 금융플랫폼 역할을 수행하며 거래 규모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어 금융권 수준의 정보감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공식 개정 이유서에는 “가상자산사업자로 하여금 신용정보법에 따른 의무를 지키도록 함으로써 신용정보주체의 권익을 제고할 수 있다”고 명시됐다.
이에 대해 김재학 금융투자협회 정책자문위원은 “은행법·자본시장법·저축은행법 등 업권별 법체계가 마련된 기존 금융권과 달리, 디지털자산은 현재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하나에 의존한 채 금융도 실물도 아닌 중간 영역에 머물러 있다”며 “정부가 이를 제도권의 신용정보 체계 안으로 편입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씬파일러 청년층 불이익 우려…제도 보완으로 대응 가능”
다만 금융위가 디지털자산 시장을 금융권 수준의 감독 체계로 편입하려는 취지와 달리, 신용정보 체계로의 편입은 향후 신용평가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KCB, NICE 같은 신용평가사는 신용정보법 제4조에 따라 종합신용정보집중기관으로부터 받은 신용정보를 이용하여 개인의 신용도를 평가한다. 디지털자산 거래정보가 신용정보 범주에 들어가면 법적으로는 평가에 활용할 수 있는 조건이 충족된 셈이다.
하지만 디지털자산 거래는 기본적으로 자기자본을 이용한 투자행위로, 은행 대출이나 카드 사용처럼 채무 관계가 발생하지 않는다. 특히 국내의 경우 디지털자산 거래에서 레버리지(차입 투자)가 엄격히 제한돼 있어 실질적인 신용거래로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해당 거래내역이 신용정보로 분류되면, 신용위험이 존재하지 않는 투자행위가 신용평가에 활용될 가능성이 생긴다.
실제로 일반적인 주식 거래내역은 신용정보로 분류되지 않는다. 은행·카드·보험사는 대출이나 납입 등 채무 관계가 발생하는 신용거래 주체지만, 주식은 개인의 자산운용 또는 투자활동으로 신용위험 판단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이에 따라 증권사는 고객의 주식 보유나 거래 내역을 신용정보로 제공하지 않는다. 신용융자나 미수금 등 채무가 수반되는 거래 정보에 한해서만 제공한다.
김 위원은 “향후 디지털자산 투자 잔액이나 거래 패턴 정보가 신용정보로 등록되면 금융기관이 대출 심사나 기업 재무 분석 과정에서 참고 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개인의 금융자산 중 디지털자산 비중이 높을 경우, 신용정보 리포트에 ‘변동성이 큰 포트폴리오 구성’이라는 주석이 달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청년층은 원래 신용거래 이력이 적은 ‘씬파일러(Thin Filer)’가 많다”며 “만약 이들의 자산 대부분이 디지털자산산일 경우, 신용정보 리포트에서 변동성이 높은 포트폴리오로 평가돼 은행 대출 심사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김 위원은 “지금은 시장의 반응을 섣불리 예단하기보다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하는 데 의미를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향후 신용평가 과정에서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한다면, 정부가 제도 보완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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