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김진배·문정은 기자] 17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미국 하원 청문회에서 리브라를 둘러싼 정치적 공격은 여전했다. 특히 ‘리브라’ 프로젝트에 대한 의구심 섞인 질문들이 다수 쏟아졌다.

업계는 정부 압박에도 이번 청문회를 계기로 규제당국과의 조율이 구체화될 것이고, 결국 리브라는 세상에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서 리브라가 세계 금융시스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대비해 중국이 자체 암호화폐 발행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어 본격 글로벌 크립토 전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 ‘중단’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상원 청문회에 이어 미국 하원 청문회에서도 리브라 개발을 중단(모라토리엄·moratorium)하라는 요구가 빗발쳤지만 데이비드 마커스 칼리브라 대표는 구체적 답변을 하지 않았다.

마커스는 “미국 포함 전 세계 규제당국과 적극 협력하고 있다”며 “규제당국의 우려를 완전히 해소하고 승인을 받기 전까지 페이스북은 리브라를 출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공화당 소속 캐롤린 멀로니 (Carolyn Maloney) 하원의원은 규제 당국 아래 시범운영(파일럿)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그는 “리브라를 절대 출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새 통화를 만드는 것은 중요한 정부 기능이며, 이는 민주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기관들에 맡겨져야 한다”고 했다. 이어 “당신들은 최소한 연방준비제도와 증권거래위원회(SEC) 감독 하에 작은 파일럿 프로그램을 하는데 동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커스는 파일럿 프로그램에 대해 구체적 답변을 하지 않고, 글로벌 규제 당국과 협력하겠다며 에둘러 답했다.

리브라, 지불 수단일뿐…달러와 경쟁 아냐

의원들은 리브라의 명확한 정체에 대해 혼란스러워 했다. 후이젠가(Huizenga) 의원은 페이스북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그는 “리브라는 정확히 무엇인가? 거래 상품인가, 보안수단인가? 오리인지 너구리인지, 오리너구리인지 헷갈린다”고 물었다. 퍼뮤터(Perlmutter) 의원도 “우리는 리브라가 은행이라 생각하지만 완전히 은행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리브라가 증권이나 투자 상품과 어떻게 다르냐는 질문도 나왔다. 공화당의 짐 하임스(Jim Himes) 의원은 “리브라는 투자수단인 증권, 채권, 파생상품 등과 비슷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마커스는 “현재 리브라는 은행 업무를 할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또한 “리브라는 가격이 안정되게 설계됐기 때문에 투자 수단도 아니다”고 답했다. ETF와의 차이점에 대해서는 “리브라는 결제수단인 반면 ETF는 결제에 사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마커스는 리브라가 기존 은행과 경쟁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지불수단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벤모(Venmp)나 페이팔(Paypal)처럼 은행이 아닌 회사들도 결제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다”면서 “리브라도 결제시장에서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브라 프로젝트를 중단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리브라가 기존 통화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임즈 상원의원은 리브라가 다양한 통화 증거금으로 운영된다면 리브라로 인해 디플레이션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마커스는 통화 가격에 변동성이 있을 것임을 인정하면서도 이는 일반적인 것이라 주장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봤을 때 달러의 가치는 계속 변동해왔다”며 “이번에도 안정적인 수준일 것”이라 답했다.

페이스북은 리브라가 기존 통화와 경쟁구도로 가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앤디 바르(Andy Barr) 공화당 의원이 “리브라가 어떻게 달러와 중앙은행을 손상시키지 않을 것인지, 중앙은행을 떠나 더 큰 자유를 제공할 수 있는 요점이 무엇인지 말해 보라”고 하자 마커스는 “리브라는 미연방이나 전통 화폐를 뒤엎으려는 것이 아니다”면서 “우리는 다른 화폐들과 경쟁하려는 것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마커스는 이어 “리브라가 국제적인 디지털 통화가 되고 세계를 위한 디지털 화폐의 일원이 되길 바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 글로벌 크립토 전쟁 본격화될 것

업계는 이번 청문회를 통해 페이스북이 규제당국과의 논의를 구체적으로 시작하게 되고, 이로써 ‘글로벌 크립토 전쟁’이 본격화 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리브라 청문회 관련 이용재 작가는 “청문회 성격 자체가 미래의 과실 보다는 잠재적인 부작용을 진단하는 성격이 큰 만큼, 청문회에서 다뤄진 내용은 시장의 예상과 크게 다를바 없었다”며 “개인정보 유출 위험, KYC(고객신원확인), AML(자금세탁방지)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책적 안전판을 만드는 논의를 통해 결국 리브라는 출시될 것”으로 예상했다.

김문수 aSSIST 크립토MBA 주임교수는 “공청회 절차를 한 번 밟았으니 본격적인 전략 협상을 할 것”이라며 “다만 이번을 계기로 글로벌 크립토 전쟁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최근 중국 인민은행의 왕신 총재는 리브라가 출시되면 중국내 결제시스템을 위협하고 금융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해 정부와 중앙은행이 통제하는 중앙집중식 자체 ‘암호화폐’ 발행을 다시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또한 중국 중앙은행은 현재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진행되는 와중에 미 달러화가 향후 리브라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김문수 주임교수는 “미국과 중국 간 패권 전쟁에서 ‘화폐’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미국 정부와 (페이스북) 기업 간 문제보다 앞으로 국가 간 크립토 전쟁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용재 작가는 “중국은 법정통화 시스템 내에서 달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은 무리라는 판단 하에 판을 바꾸려 할 것이고, 이는 바로 디지털 화폐라는 새로운 시장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국영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닌 위챗페이와 알리페이에서 쌓은 디지털 화폐 노하우에 인민은행의 위안화를 얹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다만 중국 인민은행이 주도하는 디지털 위안의 경우 리브라와 마찬가지로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한다면 리브라의 대항마가 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사용하기 편리한 위안화에 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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