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이미선 이코노미스트] 10월 중순 이후 디지털자산(가상자산) 시장의 패닉셀이 이어지고 있다. 전체 디지털자산 시장 시가총액은 9월 말 4조1500억달러에서 11월4일 현재 3조4200억달러로 17.6% 감소했다. 비트코인을 제외한 이더리움과 알트코인 합산 시가총액은 동 기간 20% 줄어들었고 알트코인은 27% 감소해 더 극심한 가격하락을 경험했다.
지난 10월 29일 FOMC는 기준금리를 예상대로 4%로 25bp 인하했으나 금리 동결 소수의견이 있었고, 파월의장은 12월 금리인하가 확정된 결론에서 거리가 멀다고 발언해 매파적으로 평가되었다. 12월부터 양적긴축(QT)을 종료한다는 발표도 있었지만 12월 금리인하의 문턱이 더 높아짐에 따라 CME 페드워치(Fedwatch)에 반영된 12월 금리인하 가능성은 기존 90% 이상에서 현지 71%로 줄어들었다.
미국 나스닥지수는 10월 FOMC가 매파적이었음에도 인공지능(AI) 호황과 미국 주요 빅테크 기업들이 3분기 사상최대 실적 발표로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한편 디지털자산 시장은 주식시장과 디커플링되며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
디지털자산 시장의 투자심리는 10월10일 레버리지 포지션이 역대 최대 규모로 강제청산(리퀴데이션)된 이후 위축된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디지털자산 시장에서는 167억달러 규모의 롱 포지션이 청산됐는데, 이는 코인글래스(Coinglass)가 2021년 6월 이후 집계한 이래 최대 규모였다. 11월 들어서도 3일 11억6000만달러, 4일 10억5000만달러 규모의 롱 포지션이 각각 청산되며 비트코인을 비롯한 디지털자산이 주요 지지선을 이탈하고 급락했다.


디지털자산 시장의 청산은 트레이더의 계좌 잔액이 요구되는 마진 수준 이하로 떨어질 경우 거래소 및 중개 플랫폼이 시장가로 포지션을 강제청산하면서 발생하게 된다. 코인글래스는 바이낸스, 오케이엑스(OKX), 바이비트(Bybit), 하이퍼리퀴드(Hyperliquid) 등 주요 거래소들로부터 청산 데이터를 수집, 집계하고 있는데 바이낸스와 OKX는 청산 데이터 전송 빈도를 최대 초당 1회로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실제 발생한 청산 규모는 데이터로 확인하는 수준보다 몇 배 더 클 수 있다.
10월10일 바이낸스 연쇄청산으로 구조적 취약성 노출
특히 지난 10월10일 발생했던 역대급 레버리지 청산의 경우 바이낸스 거래소에서 발생한 이례적인 청산 사태가 주목을 받았다. 당시 단 몇 시간 만에 190억달러 이상의 포지션이 청산된 것인데 바이낸스 거래소에서 스테이블코인의 이례적인 디페깅, 래핑된 자산 가격 급락과 함께 대규모 청산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10월10일 오후 9시36분~오후 10시16분 사이에 바이낸스에서 USDe는 0.6567 달러로 급락했는데 다른 거래소에서는 0.90~0.95달러 수준을 유지했다. wBETH(스테이킹된 이더리움의 보상을 포함하는 디지털자산)는 ETH 가치 대비 88% 폭락해 430달러로 급락하는 사태가 있었다. 다른 거래소와 디파이(DeFi) 풀에서는 대부분 안정적인 가격을 유지했으나 바이낸스에서만 이러한 급락이 발생한 점에 시장은 주목했다.
스테이킹된 이더리움과 그에 따른 스테이킹 보상을 포함하는 디지털자산로 이더리움 네트워크에 스테이킹된 ETH와 스테이킹을 통해 얻은 총 보상 가치를 1:1로 추종함. wBETH를 사용하면 사용자들이 자신의 ETH를 스테이킹하고 동등한 양의 wBETH를 받을 수 있으며, 이를 거래하거나 담보로 활용할 수 있음.
이에 대해 디지털자산 저널리스트 콜린 우(Colin Wu)는 바이낸스의 마진 시스템 취약성이 공격당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바이낸스는 USDT와 같은 안정적인 디지털자산 대신 USDE, wBETH, BNSOL과 같은 래핑 자산을 담보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는데 이들 담보자산 가치는 외부 오라클이 아닌 바이낸스의 자체 현물 오더북 가격 기반으로 산출되었다. 따라서 바이낸스 거래소에서 발생한 비이성적인 가격 급락이 해당 담보자산 가치를 떨어뜨리며 대규모 포지션 청산을 촉발시켰던 것이다.
AI기반 시장 분석업체 리나랩스(Rena Labs)가 제공한 데이터에 따르면 사건 전후 USDe 평균 유동성은 약 8900만달러 수준이었으나 10일 오후 9시40분~9시55분 사이 74% 급감했고 유동성이 증발하면서 매수 매도 스프레드는 22%까지 벌어졌다. 거래량은 평소의 896배로 늘었고 전체 주문의 92%가 매도 주문이었다.
시장조성자가 빠져나가면서 안정적으로 가치가 유지되어야 할 자산 가치가 붕괴된 것인데 이는 테라-루나 사태 당시와 유사하게 디지털자산 시장이 과도한 레버리지와 취약한 유동성 구조, 담보자산에 대한 표준화된 기준 부재로 인해 연쇄 청산 위험성에 여전히 노출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디지털자산 특유의 구조적인 취약성이 앞으로 개선될 수 있는지 여부가 향후 디지털자산 시장이 신뢰를 회복하고 기관투자자들의 본격적인 시장 진입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전제조건이 될 것이다. 문제는 현재 미국 상원에 계류중인 클래리티 법안(Clarity Act)이 통과될 경우 일정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클래리티법안의 마켓메이커에 대한 규제
지난 7월 미국 의회는 지니어스 법안(Genius Act)을 최종 통과시켰으나 클래리티 법안(Clarity Act·디지털자산 명확성법)은 하원에서만 통과되었다. 클래리티 법안은 10월 중 상원 은행위원회가 심의할 예정이었으나 현재 셧다운으로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다만 공화당 측에서는 상원에서 클래리티 법안 논의가 현재 진행중이며 셧다운이 끝나는대로 심의를 시작해 연내 상원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클래리티 법안에 따르면 비증권 성격의 디지털 상품(Digital Commodity)은 CFTC의 관할하에 놓이고 거래소와 브로커, 딜러(실질적인 마켓메이커 역할 포함)가 모두 등록, 감독의 대상이 된다. 고객자산 분리 보관, 내부 통제, 리스크 관리, 영업행위 규제, 기록 및 감사 추적 등 전통 파생상품 업계 수준의 의무가 적용된다.
구체적으로는 거래소의 자기매매가 금지되고(리스크 관리 목적 등은 제한적으로 예외) 리테일 고객 대상의 레버리지 및 마진이 수반된 거래에 대한 위험 공시와 공정한 커뮤니케이션 의무가 부과된다. 이러한 규율은 강제청산 과정에서 거래소가 카운터파티가 되는 구조를 약화시키고 제3의 독립적인 마켓메이커의 질서있는 호가 제공을 유도하기 위함이다.
고객 자산 분리보관 규정에 따라 거래소와 딜러가 고객 자산을 임의적으로 재이용하여 레버리지에 활용하는 행위도 보다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마진, 레버리지 등을 포함한 영업 행위에 있어서 공정한 실행, 위험공시, 감독의 의무가 부과됨에 따라 고객을 유인하는 형태의 관행은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마진거래 관련해서는 포트폴리오 단위로 마진이 가능해져 교차 담보 및 상계가 가능해짐에 따라 패닉 발생 시 무차별적인 연쇄 청산을 완화시킬 여지가 있다.
한편 클래리티법안의 규제를 피하기 위해 초고레버리지 투기수요가 미국을 벗어나 해외 또는 무허가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고 DeFi 활동은 현재 규제 대상으로 삼고 있지 않기 때문에 디파이 내에서의 청산 매커니즘은 현 상태로 유지될 것이다.
| 위험요인 | 현재 | Clarity Act 발효 후 (미국 거래소 기준) |
|---|---|---|
| 가격지수 투명성 | 공개 의무 약함 | 지수 산출에 대한 감사와 공시 강화 |
| 고객자산 재이용 | 고객자산 재이용이 가능함 | 분리보관을 통해 재이용이 제한됨 |
| 과도한 레버리지 | 과도한 레버리지 가능. 관련 공시 부족 | 규제를 통해 레버리지 거래 보수화될 가능성 |
| 거래소 자기매매 이해상충 여부 |
가능 | 원칙적으로 금지 |
| 청산 기준 | 거래소 자율적 기준 적용 | 규제 및 감독 확대 |
출처=미국의회
4분기를 지나며 시장이 회복될 수 있는 요인들
현재의 악화된 투자심리가 회복되기 위해서는 일정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셧다운과 관련된 불확실성과 악재가 대부분 가격에 반영된 부분, CFTC 수장으로 친디지털자산 인물이 임명된 점, 12월 중 연준의 신임 의장으로 보다 친화적인 인물이 결정될 가능성 등은 앞으로 시장을 회복시킬 수 있는 요인들이다.
현재 신임 연준이사로 거론 중인 인물은 크리스토퍼 윌러 연준 이사, 미셸 보우먼 부의장, 전 연준 이사회 멤버 케빈 워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케빈 하셋, 블랙록 임원인 릭 리더 등 5명이다. 모두 현재의 파월의장보다는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지지하는 편에 있다.
셧다운 기간이 역대최장 이어지고 있으나 빈곤층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지원마저 끊길 상황에 놓이면서 민주당 일부 중도파들은 최소한의 급식 재개를 위해서라도 셧다운을 해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셧다운 종료 조짐도 일부 엿보인다.
지난 10월31일 트럼프 행정부는 SEC 출신의 친디지털자산 법률 전문가인 마이클 셀리그를 상품거래위원회(CFTC) 차기 위원장으로 지명했다. 지명 직후 그는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대통령을 도와 미국을 세계 디지털자산 수도로 만들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SEC 소속이면서도 SEC의 강경한 규제 방식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온 인물이다.
극도로 악화된 투자심리와 별개로 11월과 12월을 지나면서 시장이 회복될 수 있는 요인들은 시장이 보다 악화될 요인보다 많아보인다. 셧다운 종료와 연준 신임의장 결정, 의회의 활동 재개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디지털자산 시장을 반등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이미선 블록미디어 이코노미스트 약력
ING자산운용 채권트레이더
·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 입사
· 빗썸코리아 리서치센터 센터장
· 위메이드 마켓인사이트 팀장
· 해시드오픈리서치 리서치팀장
이미선 이코노미스트는 ING자산운용에서 채권트레이더, 애널리스트로 3년간 근무했다. KAIST 금융전문대학원 졸업 후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에 입사해 2018~2022년 채권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선정됐다. 스마트 콘트랙트가 금융을 바꿀 것이라고 확신해 블록체인 산업으로 전직했다. 해시드오픈리서치 리서치팀, 빗썸코리아 리서치센터 센터장, 위메이드 마켓인사이트 팀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블록미디어에서 이코노미스트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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