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리라화가 폭락한 데 따라 터키 경제가 신음하고 있다.

 

두 자릿수의 인플레이션에 소비자들이 극심한 압박에 시달리는 한편 기업들은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터키 리라화 [사진=블룸버그]

 

이번 주 중앙은행의 예상 밖 금리 동결이 리라화 급락을 부추긴 데 따른 충격이 일파만파 확산되는 모습이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인 목사를 장기 구금한 데 대해 대규모 제재를 시행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으면서 투자자들 사이에 외환위기설마저 나돌고 있다.

 

아르헨티나와 베네수엘라, 파키스탄, 남아공에 이어 터키까지 신흥국이 도미노 위기에 빠져드는 양상이다.

 

27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터키 리라화는 이번주 중앙은행의 금리 동결 이후 달러화에 대해 4.2% 급락했다.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달러/리라 환율은 4.8리라까지 상승, 리라화 가치가 사상 최저치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해 터키 경제는 7.4% 성장, 중국과 인도를 앞질렀다. 하지만 소비와 정부의 부양책에 기댄 고성장은 극심한 과열과 불균형을 초래했다.

 

지난 6월 터키 인플레이션은 연율 기준으로 15%까지 치솟았고, 경상수지 적자는 GDP의 6%를 넘어섰다.

 

리라화 폭락에 기업들은 저항력을 상실하고 있고, 터키 경제는 구제금융을 요청해야 하는 위기로 내몰리는 실정이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자동차 부품 업체를 포함해 수입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이 리라화 하락에 따른 수입 자재 가격 급등에 극심한 경영난에 빠졌다고 전했다.

 

리라화 가치가 올해 20% 이상 폭락, 위기로 내몰리는 한계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 통화 가치 하락과 함께 변동성 상승은 수출입 기업들에게 난제라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수입산 천연 고무 가격은 리라화 기준으로 2016년 이후 두 배 뛰었고, 터키 제과점협회는 빵 값을 15% 인상했다. 아이폰 가격은 25% 치솟았다.

 

기업의 자금난도 가중되는 양상이다. 노무라의 아이넌 데미르 이코노미스트는 FT와 인터뷰에서 “리라화 약세가 기업과 은행권의 재무건전성을 크게 압박하고 있다”며 “해외 투자자들이 터키 민간 부문의 재무 리스크를 크게 경계하고 있어 자본 유입이 위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월가는 리라화 하락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 BNP파리바는 리라화 저가 매수는 떨어지는 칼날을 잡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외화 표시 부채를 상환하는 데 기업들이 고전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터키 기업의 외화 표시 부채 규모는 300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부실 채권 증가는 금융권의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기업 이익률과 소비가 한꺼번에 위축되면서 터키가 외환위기에 직면, 구제금융을 요청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이날 블루베이 애셋 매니지먼트의 팀 애쉬 이코노미스트는 CNN과 인터뷰에서 “터키 정부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정책 수단을 확보하고 있지만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해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