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미국시간 7월 6일 부터 중국산 수입품 350억달러 품목에 대한 고율관세부과가 시작됐다.  글로벌경제의 두개 축이라 할 수 있는 미국과 중국간의 무역전쟁이 본격화되면서 우리나라도 이 틈바구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발발한 배경과 그 부작용을 가늠해 보기 위해 ‘미-중 무역전쟁’ 시리즈를 게재한다.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올해 대부분 시장 뒷편에서만 야단이었던 무역전쟁 우려가 이제서야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게됐다. 모두가 헤지를 서두르고 있다”

 

글로벌 금융 시장이 세계 최대 경제국인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발발에 일제히 요동치고 있다. 협상 전략인 줄만 알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중 관세 위협이 끝내 현실화하면서다. 지난 6일 340억달러 규모 중국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한 트럼프 행정부는 10일(현지시간) 2000억달러 상당 수입품에도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예정된 160억달러 물품에 대한 관세까지 포함하면 총 2500억달러다. 작년 미국의 대중 수입액의 절반에 해당한다.

 

지난 6일 같은 규모의 미국 수입품에 보복 관세를 발동했던 중국은 2000억달러 물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 계획에 11일 보복할 수밖에 없다며 맞불 대응 방침을 분명히 했다. 양국 모두 피해를 무릅쓰고서라도 물러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금융 시장이 우려했던 최악의 시나리오가 시작된 셈이다. 이날 오전 아시아증시는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관세 계획 발표 이후 상하이증시가 한때 2% 넘게 급락하는 등 일제히 약세를 나타냈다. 최근 안정세를 되찾았던 달러 대비 역외 위안화 가치는 6.6839달러로 0.5% 급락했다.

 

◆ 미중 무역갈등, 지난달 중순부터 심각하게 인식

 

미중 무역전쟁의 총성은 시장 심리가 취약한 상황에서 울려 펴졌다. 연말연초만해도 시장은 ‘골디락스(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경제 테마에 취해있었다. 전 세계가 유례없는 동반 성장세를 경험하며 기업 실적은 승승장구했고 달러화는 약세를 지속했다. 하지만 2월 미국을 필두로 증시 곳곳이 파열음을 냈고 유럽 경기는 꺾이기 시작했다. 달러화는 고개를 들었고 유가는 계속 올랐다. 투자자들이 기존 투자 전략을 놓고 고심하는 가운데 미중 무역전쟁 현실화라는 복병이 등장한 것이다.

 

시장이 미중 무역갈등을 진지하게 보기 시작한 건 지난달 중순부터다. 재작년 중반부터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대중 강경노선을 취할 것이라고 모두가 예상은 했지만 이는 차후 중국과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관세 위협은 협상 카드 차원을 넘어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2000억달러 물품에 대한 추가 관세 계획 발표 전에 작년 대중 수입액 전체에 해당하는 약 5000억달러 수입품에 관세를 물릴 수 있다고 경고한 상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달 19일 글로벌 주식과 상품, 채권 수익률이 일제히 급락한 점을 언급하며 “시장이 무역전쟁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 전면전 가능성에 글로벌 경제 스태그 우려

 

투자자들이 제일 걱정하는 건 펀더멘털의 훼손 여부다. 전문가들은 양국이 500억달러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주고 받는데서 갈등을 봉합하면 글로벌 경제에 큰 충격은 없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옥스포드이코노믹스는 1차 관세로 2020년까지 양국 경제성장률이 0.2%포인트(p) 이상 줄진 않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그러나 양국이 모든 수입품에 15~25%의 관세를 부과하는 전면전에 나설 경우 얘기는 달라진다. 관세로 소비가 위축되고, 기업이 설비투자를 미루거나 축소하면 총수요는 줄어든다. 이에 각국 정부가 내수 보호를 위해 무역 장벽을 높인다면 글로벌 경제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양국 경제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커 전면전에 따른 2차 파급 효과까지 고려한 피해 예상 규모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최악의 경우 관세로 물가만 오르고 경제는 침체되는 스태그플레이션 시기가 도래할 수 있다. 주식과 채권 모두 죽을 쑤는 최악의 상황이 금융 시장에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무디스 인베스터스 서비스의 애트시 쉐스 매니징 디렉터는 “지난 50년은 통합에 관한 것이었다”며 “그래서 과거에서 배울만한 좋은 에피소드는 없다”고 설명했다.

 

양국의 무역전쟁으로 경제 전망에 먹구름이 잔뜩 낀 가운데 시장 전망에는 잿빛 기류가 가득하다. 지난 2월 폭락 장세의 상흔이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올해 1~6월 전세계 47개국 주가지수를 추적하는 MSCI 전세계지수는 1.5% 하락하며 8년 만에 최악의 상반기를 보냈고 MSCI 신흥시장지수는 8% 하락했다. 같은 기간 달러화가 3% 오른 반면 브라질 헤알화와 인도 루피화는 각각 14%, 7% 급락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전면전으로 이어진다면 올해 이런 시장의 성적표가 일시적이라고 판단했던 투자자 조차 포트폴리오를 전면 재검토할 수 밖에 없다.

 

[‘미-중 무역전쟁’ 시리즈]

1) 관세 뒤에 숨은 美의 우려, ‘중국제조 2025’
2) 트럼프, 중국과 무역전쟁서 승리할 수 있을까
3) G2 무역 싸움에 아시아 국가들 등터진다
4) “동맹도 적도없다” 트럼프에 동맹국들 일제히 반기
5) 전면전 우려에 전세계 금융시장 ‘휘청’

 

◆ 전문가들 증시 전망 막막…중국 시장에 ‘촉각’

 

분석가들은 증시 전망을 내놓는데 애를 먹고 있다. 미국 증시의 경우 실적 기대에 힘입어 여타 증시에 선방하고 있지만 관세 충격이 보통 6~12개월의 시차를 두고 발생하는 데다 무역갈등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상하기 어려워 분석가들이 적정 밸류에이션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S&P500지수의 주가수익배율(PER)은 16.7배로 지난 1월보다 낮아졌고 올해 S&P500 기업의 순이익은 22.4%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문가들은 쉽게 낙관하지 못하고 있다. 팔리사이드캐피털매니지먼트의 댄 베루 최고투자책임자는 “미국의 금리 인상 경로와 함께 무역은 가치 평가를 하는 데 주요 불확실성 중 하나가 됐다”며 “어떤 PER을 기업에 적용할 것인가? 그것이 바로 겪고 있는 어려움”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무역전쟁 우려의 직격탄을 맞은 중국 시장을 주의깊게 보고 있다. 지난 2015년 여름 같은 경우가 재발해 신흥 시장을 침체기에 빠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올해 들어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약 17% 하락하며 전 세계 증시 가운데 최악의 성과를 나타내고 있고, 위안화는 지난 상반기 3.6% 하락해 1994년 이후 최대 반기 낙폭을 기록했다. 채권 시장에서는 기업의 디폴트 건수가 늘고 있고 인민은행은 지급준비율을 인하하며 위안화 절하를 용인하고 있다. 두달 동안 상하이지수 시가총액의 절반이 날아가고 인민은행이 2%의 위안화 평가절하를 단행해 글로벌 금융 시장에 충격을 줬던 3년 전 여름 흐름과 비슷하다.

 

전문가들은 당국의 디레버리징(부채축소) 정책을 비롯해 미중 무역전쟁 우려가 포함된 이번 상황은 2015년보다 더 우려스럽다고 분석했다. 또 증시 붕괴 주도 주체가 지난 2015년처럼 개인투자자가 아닌 기관투자자라는 점에서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개인투자자의 신용거래융자 잔액이 3년 전보다 절반 이상 줄었고, 매물이 주로 기관이 선호하는 우량주에서 나왔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는 설명이다. 캐피털시큐리티스의 에이미 린 선임 분석가는 “최근 매도세는 확실히 기관이 주도했다”며 “과거 시장이 하락했을 때 우량주는 추세를 거슬렀지만 이번에는 우량주도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 운용사들 헤지 잰걸음

 

글로벌 금융 시장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으로 빠져든 가운데 자산 운용사들은 헤지 전략을 세우느라 분주하다. 주가지수와 신흥국 통화 하락 베팅에서부터 경기방어주 매수, 회사채 매도까지 다양하다. 이는 미중 무역전쟁의 심화로 독일과 한국 등의 경제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신호한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피델리티 인터내셔널의 유진 필라리디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이러한 거래 중 일부는 올해 초 봤던 것의 연장선상에 있지만 현재 시장에 반영된 불안감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BNP파리바스의 마틸드 리차드오트 파생 전략가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기업이 많이 상장돼 있는 독일 닥스지수의 풋옴션 프리미엄은 지난달 마지막 둘째주 급등했다. 뿐만 아니라 유로스톡스50의 변동성지수 ‘스큐(skew)’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투자자들이 7월과 8월 주가 급락에 대비해 풋옵션을 사들인 결과다. 미국 증시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변동성지수 스큐가 올라가고 있다는건 풋옵션 매수 가격이 그만큼 비싸다는 의미다.

 

기업의 향후 배당금에 배팅할 수 있는 배당금선물을 통한 헤지도 활발하다. 소시에테제네랄과 BNP파리바스에 따르면 유로스톡스50 배당금선물에 대한 매도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경제가 순항할 때 기업은 배당 지급에 인색하지 하지 않지만, 시장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기업은 현금흐름을 보호하길 원한다. 이에 따라 주주들이 받는 배당은 줄게된다. 6년 연속 상승했던 유로스톡스50 배당금선물지수는 올해 들어 2% 가량 하락했다. 투자자들이 배당금 축소를 예상하고 있다는 의미다. 소시에테제네랄의 찰스 데 부아스종 글로벌 자산 배분 부책임자는 “한때 헤지펀드의 전유물이었지만 주요 자산운용사와 연기금의 배당금 선물 이용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채 시장에서도 헤지가 한창이다. 로이터통신이 금융정보제공업체 IHS마르키트를 인용해 지난 2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국 달러표시 투자등급 회사채에 대한 숏포지션은 약 550억달러다. 지난 4월말 23억달러 이상에서 늘어난 것으로 올해 들어 80억달러 늘어났다. 소시에테제네랄은 “올해 우량등급 채권의 실적이 저조했다”며 또 “숏베팅은 주로 부채 수준이 높은 기업에 집중돼 있다”고 분석했다.

 

투자자들은 미중 무역전쟁 확전 우려에 대비해 달러 강세에 베팅하고 있다. 신흥 통화나 경제서 무역 비중이 높은 호주 달러 등은 피하는게 좋다는 설명이다.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지난 3일까지 헤지펀드 등 투기적 거래자들의 달러화 순매수 매수포지션은 131억6000만달러로 전주 110억3000만달러에서 증가했다. 이는 작년 5월 중순 이후 최대로, 3주 연속 늘어난 결과다. 노르디아뱅크의 안드레아스 스테노 라르센 글로벌 통화 전략가는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고 있고, 관세는 미국의 경상적자를 줄여줄 것”이라며 “달러는 캐리통화와 안전자산 모두로 쓰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0일 발표한 2000억달러 규모 중국 수입품에 대한 10%의 관세를 두 달의 의견 수렴과 공청회 기간을 거친 뒤 부과할 계획이다. 이 기간 기업과 소비자는 행정부가 이날 내놓은 관세부과 대상 수입품 목록안의 특정 항목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USTR은 관세부과 대상 수입품 목록을 최종 확정하기 위해 이달 27일까지 공청회 참가와 예상 증언 요약본 제출을 요청했다. 8월 17일 이에 대한 서면 평가를 수령해 20일에서 23일까지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후 8월 30일까지 공청회 후 반박자료를 제출받아 목록을 최종 마무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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