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애플의 시가총액이 1조달러를 돌파하면서 이른바 FAANG(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 모기업 알파벳)이 재차 시장의 조명을 받는 가운데 경제 펀더멘털 측면에서 이들 기업이 ‘독(毒)’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애플[사진=로이터 뉴스핌]

소수의 공룡 기업들 독주가 뉴욕증시의 9년에 걸친 장기 상승을 주도했지만 임금 상승을 저해하는 한편 미국 경제의 허리에 해당하는 중산층의 위축, 소득 불평등의 심화 등 부작용을 양산했다는 얘기다.

소위 ‘슈퍼 스타’ 기업들의 사회적, 정치적 영향력이 높아진 데 따른 우려가 국내외에서 고조되는 한편 아마존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이 미국 전통 소매업계를 위기로 내몰고 있다.

뿐만 아니라 소수의 기업에 이익이 집중되면서 경제 전반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FAANG의 거침 없는 외형 성장에 대한 우려는 수치로 확인되고 있다. 오하이오 주립대학에 따르면 지난 1975년 뉴욕증시의 109개 기업이 모든 상장 기업이 창출한 이익의 절반 가량을 차지한 데 반해 이들 5개 기업이 무려 30%의 이익을 독식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런던대학에 따르면 미국 기업의 제품 생산 비용과 판매 가격의 격차는 1950년 데이터 집계 이후 최고치에 달했다. 이는 기업의 시장 지배력이 그만큼 막강해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토론토 소재 요크 대학이 집계하는 허핀달 허쉬만 지수에 따르면 미국 주요 산업 가운데 75% 이상이 1980년 이후 통폐합의 가속화를 나타냈다.

구글 로고 [사진=로이터 뉴스핌]

특히 공룡 기업을 중심으로 한 IT 업계의 통폐합이 두드러졌다. 규모와 효율성을 갖춘 소수의 기업이 미국 경제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첨단 산업을 장악하고 있다는 얘기다.

스마트폰 제조에 이용되는 소프트웨어의 99%를 애플과 구글이 공급하는 상황은 이를 드러내는 단적인 예다.

미국 온라인 광고시장의 매출액 1달러 당 페이스북과 구글이 차지하는 금액은 59센트에 달하고, 아마존은 소매업에서 나아가 음악과 비디오 스트리밍 시장까지 잠식하고 있다.

주식시장 역시 이들 기업이 평정한 지 오래다. 올들어 S&P500 지수 상승분 가운데 FAANG의 비중이 절반 가량을 차지했다.

문제는 이들 종목의 주가 상승 탄력이 꺾일 경우 뉴욕증시 전반에 걸쳐 가파른 조정이 전개될 수 있다는 점이다.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데이비드 오토 경제학 교수는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에서 “소수의 기업들이 경제를 평정한 상황을 확인하는 보고서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경제 석학들은 쏠림 현상에 따른 폐단을 우려하고 있다. 무엇보다 업계의 통폐합이 인력 수요를 떨어뜨리는 한편 임금 상승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구글에 대한 EU의 50억달러 규모 벌금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마존 때리기’는 거대 기업의 독주에 따른 사회적, 경제적 부작용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시카고 대학의 우리지 징갈레스 재무 교수는 “1년 전만 해도 IT 대기업은 건드릴 수 없는 존재였지만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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